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드라마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장소를 눈여겨본다. 한류 스타가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곳,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영화나 드라마를 찍은 곳은 외국 팬들이 먼저 알아본다. 한국관광공사가 이렇게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K콘텐츠’ 촬영지를 2월 추천 여행기로 선정했다.
삼척 맹방해변은 ‘버터해변’, 부남해변은 ‘마침내해변’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맹방해변은 방탄소년단(BTS)이 ‘버터’ 재킷을 촬영한 곳이다. 바다색이 비현실적으로 고와 제이홉이 “합성 같냐? 바다가”라고 감탄했다는 곳이다. BTS가 다녀간 후 삼척시는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주황과 초록이 섞인 파라솔, 파랑과 노랑 줄무늬 선베드 등을 그대로 재현했다. 공식 팬클럽인 ‘아미’뿐만 아니라, 모든 여행객의 인증사진 명소가 됐다.
부남해변은 바닷가 낮은 골짜기에 숨어 있는 해변으로, 영화 ‘헤어질 결심’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주민들만 알던 조그만 해변이 영화의 명대사처럼 ‘마침내’ 세상에 알려졌다. 바위 사이로 끊임없이 파도가 부서지며 ‘안개’가 되어 번진다. 해변으로 나가는 철조망은 낮에는 열어두지만 닫는 경우도 있다. 삼척시 관광정책과(033-570-3074)에 문의하면 된다.
논산 선샤인랜드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다. 약 2만㎡에 이르는 선샤인스튜디오는 1900년대 초반 한성을 재현했다. 근대 서양식 건물 5동, 기와집 19동, 초가집 4동, 일본식 가옥 9동에 1899년 운행을 시작한 전차까지 120여 년 전 모습 그대로다. 담쟁이덩굴이 간판을 휘감은 글로리호텔 로비에는 드라마에 사용된 소품을 전시했고, 2층엔 카페 ‘선샤인가배정’이 입주해 있다.
호텔 아래 홍예교와 전찻길은 가장 인기 있는 기념사진 촬영 장소다. 전찻길을 따라 걸으면 덕수궁 대한문의 옛 이름인 대안문(大安門), 일본식 목조 가옥 동매집, 화강암 시계탑이 인상적인 한성전기 사옥, 양과자를 팔던 불란셔제빵소 등이 차례로 등장한다.
온빛자연휴양림은 드라마 ‘그해 우리는’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메타세쿼이아 숲속에 자리 잡은 별장이 호수에 비쳐 그림 같은 풍광을 자아내는 곳이다. 휴양림 입구에서 별장까지 10분쯤 걸어야 하는데, 드라마처럼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선 산책로다.
공업도시 포항이 요즘 드라마 촬영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갯마을 차차차’를 촬영한 청하면 청하시장이다. 드라마에서 공진시장으로 나온 뒤 아예 ‘청하공진시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장터를 중심으로 드라마 속 공진반점과 보라슈퍼, 청호철물, 오윤카페가 그대로 있다. 보라슈퍼와 오윤카페는 주말이면 여행객이 몰려 사진을 찍으려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
남쪽 구룡포는 2019년 방영한 ‘동백꽃 필 무렵’의 주무대다. 주인공 동백(공효진)이 운영하던 ‘까멜리아’ 골목엔 동백서점, 동백점빵이 들어섰다. 구룡포에는 1880년대부터 일본인이 거주하기 시작해 1932년엔 287가구 1,161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가옥 80여 채가 남아 있던 골목은 근대문화역사거리로 단장됐다. 마을 뒤편 언덕에 오르면 구룡포항과 동해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전주 서학동예술마을과 한벽굴은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배경으로 등장하며 풋풋한 청춘 여행지로 떠올랐다. 빈집이 늘어가던 서학동에 2010년 무렵 예술인 부부가 터를 잡은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음악 스튜디오 소리방앗간은 드라마에서 ‘명진책대여점’으로 나온다. 주인공 나희도(김태리)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 책방이자, 백이진(남주혁)이 아르바이트한 곳이다. 현재 내부 세트는 철거되고 외부에 작은 나무 간판만 남았다. ‘27레코드’는 설치미술가 한숙의 갤러리 겸 작업실 ‘초록장화’가 있던 자리다. 이희춘 화가의 작업실이자 갤러리인 '선재미술관', 사진작가 김지연이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서학동사진미술관', 이적요 화가의 작업실이자 카페인 ‘적요숨쉬다’ 등이 여행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곳에서 전주천을 따라 15분쯤 걸으면 한벽굴이 나온다. 드라마에서 희도가 상처받은 이진을 위로한 곳이다. 한벽굴은 일제강점기 전라선 터널로 만들어졌다. 터널 위에 조선시대 누각 한벽당이 전주천을 굽어보며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