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당국 압박에 금융권 채용 확대로 화답…상반기만 4700명

입력
2023.02.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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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채용 규모 전년보다 50% 증가
5대 은행에서만 상반기 1500명 채용

'이자 장사', '성과급 잔치' 등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금융권이 채용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공공재'로 직격한 은행권은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50% 늘어난 신규 인력을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은행연합회는 국내 20개 은행이 작년 상반기보다 최소 742명(48.0%) 많은 2,288명 이상 신규 채용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은행권의 연간 채용 규모는 약 3,700명으로, 작년 대비 약 600명 늘었다.

5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신규 채용 인원만도 1,500명에 달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에서만 500명을 채용하며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에서 각각 250명을 선발한다. 기업은행 160명, 카카오뱅크 148명, 산업은행 90명, 수협은행 85명 등 다른 은행들도 상반기 채용 규모를 발표했다.

다른 금융업권도 지난해보다 늘어난 채용 규모를 발표했다. 금융투자업권(증권사)은 상반기 1,035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손해보험업계와 생명보험업계도 상반기 각각 513명과 453명을 뽑기로 했다. 카드사 등 여신금융업계는 279명을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저축은행업계도 151명을 선발한다. 발표된 수치만으로 전 금융권에서 상반기 뽑는 신규 인원은 4,700여 명에 달한다.

이날 채용 확대 계획이 발표된 데에는 최근의 금융권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금융당국이 잇따라 과도한 성과급, 퇴직금 지급을 문제 삼으면서 성과보수체계를 점검하기로 한 데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편까지 추진하면서 금융권을 향한 압박은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여기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날 '금융권 청년 일자리 간담회'를 열어 "금융권도 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청년 일자리 활성화에 적극 동참하길 바란다"며 일자리 창출 요구까지 더한 상황이 됐다. 이에 금융권은 채용 규모를 밝히면서 "실물경제의 둔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권이 사회적 책임과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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