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보다 8강전에서 더 긴장했어요."
경북 성주여자중학교 김가람(2학년) 선수는 경북에서 손꼽히는 태권도 새싹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태권도를 시작해 지난해 태권도원배 전국태권도대회 1위, 아시아카뎃국가대표선발전 2위를 차지하더니 제주도에서 열린 올해 첫 전국 대회인 제주평화기 전국태권도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재밌는 점은 김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경기는 8강전이었다는 것이다. 한해 전에 참가한 전국대회에서 맞붙였던 선수였다. 해당 경기에서 점수 차가 너무 크게 벌어져 심판 경기 중지(RSC)로 패배를 당했다. 왼발잡이인 데다 측면으로 빠져서 공격하는 스타일이어서 공략이 어려웠다. 김 선수는 학교에서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와 집중적으로 훈련한 끝에 설욕에 성공할 수 있었다. 김 선수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더 큰 꿈을 꾸게 되었다"면서 "세계카뎃국가대표에 선발돼 세계의 태권도 꿈나무들과 겨뤄보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정민욱(27)코치는 "승부욕이 강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데다 주말에 훈련장 문을 열어달라고 해서 혼자 연습을 할 정도로 연습벌레"라고 소개하면서 주변의 분위기가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팀 내 우수한 선수가 많은 것은 물론 군청에 실업팀이 있어서 직간접적으로 운동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고 했다.
현재 정 코치가 지도하는 선수는 16명으로 성주중앙초등학교 전임코치 겸 성주중·성주여중·성주고 겸임코치를 맡고 있다. 정 코치가 이끄는 선수들은 지난 2021년 소년체전에서 금 2개를 땄고, 2022년에 같은 대회에서 은 하나와 동 하나를 가져왔다. 대구경북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통틀어도 결코 상위권 밖으로 밀리지 않는 실력이다. 2021년에는 6학년이었던 김가람 선수를 비롯해 성주여중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전미현 선수와, 성주고 3학년이던 허진 선수가 각각 꿈나무와 청소년 국가대표,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돼 성주 태권도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성주군청 여자태권도선수단은 그 존재 자체로 자라나는 선수들에게 든든한 언덕이다. 어린 선수들 장래 희망이 대부분 "실업팀 선수 겸 국가대표"일 정도다. 2013년 창단해 지금까지 전국대회 종합우승 7회, 준우승 4회를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여성가족부 주최 태권도대회에서 종합우승에 이어 주장을 맡고 있던 장희영 선수가 경찰청장기 전국태권도 선수대회 및 무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경찰에 특채됐다.
태권도선수단은 지역에 태권도를 알리는 일에도 열심이다. 재능기부 태권도 수업과 꿈나무 선수들 장학금 지급사업 등을 꾸준히 펼쳐왔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2020년부터 거의 매년 300여명의 실업 및 중고등학교 선수들이 성주로 전지훈련을 오고 있다.
정 코치는 "늘 좋은 성적으로 태권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군청 실업팀이나 겨울마다 전지훈련으로 북적대는 태권도 선수들이 아니었다면 우리 팀도 섬처럼 고립되는 느낌이었을 것"이라면서 "성주중앙초 교장 교감 감독님을 비롯해 성주교육지원청에서도 늘 관심을 가지고 든든하게 지원하고 있는 만큼 선수들과 더 열심히 해서 대구경북에서 태권도하면 성주가 첫손에 꼽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