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들이 겨울잠에서 슬슬 깨어나는 3월 23일은 ‘세계 곰의 날(World Bear Day)’이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 야생보존단체 레인코스트(Raincoast)는 곰들이 모두 굴에서 나올 즈음인 4월 4일을 ‘곰의 날’로 기념한다.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생일에 맞춘 ‘테디 베어의 날(1월 27일)’이 있고, '곰 인형 껴안는 날(National Hug a Bear Day, 11월 7일)'도 따로 있다. 3월 16일은 ‘팬더의 날’이고, 6월 첫째 주 토요일은 ‘흑곰의 날’이다. 한국의 일부 환경단체는 단군신화에서 착안해 10월 3일 개천절을 ‘곰의 날’로 명명, 곰 사육 실태 등을 고발하는 등 행사를 벌인다. 저 수많은 곰의 날들은, 곰 인기의 방증이다.
2월 27일은 ‘북극곰의 날’이다. 엄밀히 말하면 북극곰의 장래를 걱정하는 기후환경의 날. 북극곰은 육상에서 가장 큰 몸집을 지닌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이면서 기후위기의 최대 피해자이자 가장 인기 있는 홍보대사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최근 속도로 해빙이 녹으면 2050년이면 북극곰의 3분의 2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300만~100만 년 전, 먹이경쟁에서 밀려났거나 유난히 진취적인 불곰 일부가 극지로 북상하면서 진화한 게 북극곰이다. 다른 곰들과 달리 북극곰 발바닥은 빙판에 적응해 ‘논슬립’ 기능을 갖추었고, 면적도 넓어져 해빙 위에서 효과적으로 체중을 분산한다.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도 장착해 아예 ‘해양 포유류’로 분류하는 학자도 있다. 무엇보다 북극곰은 겨울잠이 없다. 아니 해빙이 넓어지는 겨울이야말로 북극곰의 가장 바쁜 사냥철이다. 일부 굴을 파고드는 북극곰은 새끼를 밴 암컷들이다. 갓 태어난 새끼 북극곰 몸무게는 약 700g. 인간 신생아보다 훨씬 작은 그 몸집을 불과 몇 년 새 750㎏(수컷 기준) 안팎으로 키워주는 주된 먹잇감이 물개나 바다표범이다. 그 사냥터인 해빙이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