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투수조 조장 양현종(35·KIA)이 이강철(KT) 감독의 두터운 신뢰 속에 첫 불펜 피칭을 마쳤다. 양현종을 신인 시절부터 KIA 코치로 지켜봤던 이 감독은 오랜만에 눈앞에서 옛 제자가 공을 던지자 ‘나이스 볼’을 외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어느덧 옛 스승을 넘어 ‘대투수’로 성장한 양현종은 “신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돌아봤다.
양현종은 19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에서 첫 불펜 피칭을 했다. 직구와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등 총 43개를 던지며 안정된 제구를 자랑했다. 뒤에서 양현종의 투구 내용을 살핀 이 감독은 “변화구와 제구가 좋았다”며 “역시 베테랑 투수들은 힘이 떨어지더라도 제구가 안정적”이라고 칭찬했다.
양현종과 이 감독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하는 건 2012년 이후 11년 만이다. 2007년 KIA에 입단한 양현종은 당시 소속팀 투수코치였던 이 감독의 집중 지도를 받으며 한국 야구 최고의 왼손 에이스로 성장했다. 개인 통산 승수는 159승으로, 이 감독이 보유하고 있던 152승을 넘어 KBO리그 역대 다승 3위이자 타이거즈 역대 최다승 투수가 됐다. 삼진 기록도 1,814개로 이 감독(1,751개)을 뛰어넘었다.
불펜 피칭을 끝낸 양현종은 “이강철 감독님이 ‘많이 컸다’고 말씀하시더라”며 “감독님과 함께 운동했던 예전 생각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나를 보면서 많이 흐뭇해하실 것”이라며 “감독님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만큼 이번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KIA에서 선발 투수로만 뛰었던 양현종의 대표팀 내 보직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 감독은 경험과 제구가 좋은 양현종을 선발뿐만 아니라 승부처에서 중간에 투입할 수 있는 불펜 자원으로도 고려 중이다. 양현종은 “감독님이 작년 12월에 중간 투수로 던질 수 있으니 준비하라는 주문을 했다”며 “선발이든, 중간이든 다 준비 돼 있다”고 자신했다.
양현종은 동갑내기 김광현(SSG)과 함께 투수 최고참으로 후배들의 도우미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 그는 “소형준(KT) 구창모(NC) 김윤식(LG) 등 어린 선수들이 많은 것을 물어보더라. (구)창모는 한 시즌 동안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법을 궁금해하길래,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알려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