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8일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했다. 48일 만에 재개된 군사 도발이다. ICBM 도발로는 지난해 11월 18일 '괴물' 화성-17형 발사 이후 꼭 석 달 만이다. 올해 첫날 초대형 방사포 발사 이후 잠잠하던 북한이 다시금 한반도 긴장을 끌어올리려 '신호탄'을 쏜 형국이다. 정부는 도발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소집, 한미일 외교장관 긴급회동으로 대응했다. 19일엔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 2대가 합류한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단행됐다.
북한은 19일 김여정 명의의 '김정은 위임' 담화에서 한미 연합훈련 계획을 비난하고 "매사 상응하고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지난해 하반기처럼 2, 3월 한미 훈련 기간에 '강대강 도발'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셈이다. 한미는 오는 22일 북핵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을, 다음 달 중순 대규모 야외 기동과 상륙 훈련이 포함된 자유의방패 훈련을 앞두고 있다.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ICBM을 쏘고 나서 미국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시도를 비난하고 남한을 대놓고 무시하는 담화를 냈다는 점에선 '북미 직거래'를 타진하는 정치적 메시지도 읽힌다.
북한 미사일 기술이 진전했을 가능성도 주목된다. 이번 ICBM은 낙하 장면이 일본 측 영상으로 포착돼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상당 부분 확보한 거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또 부정적 판단이 우세하긴 하지만, 북한이 김정은 명령으로 '기습발사' 훈련을 했다고 주장하는 만큼 고체연료 미사일 실험이 이뤄졌는지도 따져볼 문제다.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을 감안할 때 한미 훈련을 일일이 트집 잡아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 정권의 최근 행보는 체제 수호의 안간힘과 맞닿아 있다. 군은 연합훈련 전후로 대북 경계태세를 철저히 하고 우발적 충돌이 국지전으로 번지지 않도록 위험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아울러 남북 관계가 더욱 악화하기 전에 대화 국면을 조성할 수 있도록 외교안보 당국의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