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윤 주자 '보수 텃밭' 공략 키워드는... 안철수 '헌신·안보', 천하람 '공천 개혁'

입력
2023.02.17 20:00
비윤계 주자 안철수, 천하람 보수 텃밭 TK 방문
안철수, 동산병원 찾아 "대구에 헌신" 지지 호소 
천하람, 공천개혁 내세워 '반윤핵관' 선명성 강조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권주자인 안철수 후보와 천하람 후보가 '보수 텃밭' 다지기에 나섰다. 비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이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TK(대구·경북) 지역을 찾아 각각 '안보'와 '보수 개혁'을 내세워 전통 보수 당원들의 지지를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안 후보는 17일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열린 '코로나19 기억의 공간 개관식'에 참석했다. 의사 출신인 안 후보는 대구 지역에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됐던 2020년 3월과 대선 기간인 2021년 7월 이 병원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친 인연이 있다.

안 후보는 최근 친윤계 주자인 김기현 후보와 격하게 대립하는 동안, '비윤계'로 선명성을 앞세운 천 후보의 부상에 여론조사상 지지율이 주춤하고 있다. 이에 코로나 확산 당시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소환해 TK 지역 당원들의 호감을 끌어내려는 전략을 구사했다. 안 후보가 이날 "보수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헌신이고, 그것이 대구의 핵심 가치"라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대구의 헌신을 직접 목격했고, 저도 헌신했다"고 강조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TK 방문에는 김 후보의 '보수 정체성' 공세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반영돼 있다. 그는 개관식 후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가 민주당식 DNA를 갖고 있다"며 김 후보가 '내부 총질' 우려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신 분이 그런 말씀하시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맞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향수가 짙은 TK에서 김 후보의 '탄핵 찬성' 전력을 끄집어내 반격한 것이다. 이후 경북 칠곡 다부동전적기념관을 찾아 백선엽 장군을 추모하는 '안보 행보'를 통해 보수 당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퇴진' 등 개혁 보수를 기치로 내건 천 후보는 18, 19일 TK 지역을 찾는다. '천아용인'으로 불리는 친이준석계 전당대회 출마자(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들과 함께 1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국민의힘바로세우기(국바세)'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뒤 대구 수성못과 동성로 로데오거리에서 유세에 나선다. 토크콘서트엔 이준석 전 대표와 하태경 의원도 참석한다.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과정 등에서 드러난 친윤계와 윤핵관의 행태에 개혁성향 당원들은 물론 전통 당원들의 반감이 크다는 게 천 후보 측 판단이다. 이에 김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친윤계의 공천 개입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공천 개혁'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천 후보 측 관계자는 "대구지역 당원들의 우려와 생각을 최대한 많이 들어보려고 한다"며 "그간 보여줬던 반윤핵관 노선은 유지하면서 천하람의 비전을 보여줄 생각"이라고 했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