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신청했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가 17일 구성된 지 10여 분 만에 초고속 종결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의석 수를 앞세워 표결을 밀어붙인 탓이다. 노조법 개정안은 노조의 교섭 대상인 사용자 범위를 대폭 넓히고, 파업 등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여당과 경영계는 반대하는 반면, 야당과 노동계는 찬성하며 맞서고 있다.
이날 안건조정위에 회부된 노조법 개정안은 야당 의원만 표결에 참석한 가운데 찬성 4명으로 의결됐다. 안건조정위원 6명 중 민주당 이학영(안건조정위원장) 이수진(비례), 전용기 의원과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임이자, 김형동 의원은 회의 시작과 동시에 법안 처리 과정에 항의하며 회의장을 떠났다.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야당 주도로 환노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의 입법을 막기 위해 안건조정위를 신청했다. 안건조정위는 이견이 있는 법안 심사를 위해 상임위 내에 만들 수 있는 국회법상 기구다. 활동 기한은 구성일로부터 최장 90일간이다. 6명으로 구성되며 의결 정족수는 3분의 2 이상이다. 그러나 여야 간 법안에 대한 의견 차가 커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만으로 의결 정족수를 확보한 야당이 서둘러 가결한 것이다.
환노위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의결 직후 "이 법은 대한민국 경제를 흔드는 법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 이유로 △수많은 하청 노조가 전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해 원청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쟁의행위가 폭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반면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수많은 사용자들이 무분별한 소송으로 노동자와 가족의 삶을 옥죄어 왔고, 간접 고용을 확산시키며 하청 사업주 뒤에 숨어서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해 왔다"며 "이런 갈등과 고통의 고리를 끊는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 비교섭단체(정의당) 1명인 환노위원 구성 비율을 감안하면, 개정안은 21일 환노위 전체회의도 어렵지 않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 환노위원들은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제사법위가 법안 처리를 지연시킬 경우, 본회의 직회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법사위가 60일간 이유 없이 처리하지 않는 법안은 소관 상임위가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의결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