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GM은 대한민국 시장에서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국내에 진출된 여러 브랜드에 대한 각종 청사진을 제시했다.
캐딜락 역시 ‘아이코닉 프리미엄 브랜드’라 정의하며 전기차 모델인 리릭(Lyriq)을 선보이고 브랜드의 가치를 더하기 위한 행보를 준비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캐딜락은 에스컬레이드를 제외하고는 브랜드는 물론 각 세그먼트에 이름을 올린 포트폴리오들이 제 이름을 떨치지 못하고 ‘그림자 속’을 헤매이고 있다.
이는 오늘 마주한 XT4 역시 마찬가지다.
캐딜락의 프리미엄 컴팩트 SUV, XT4는 말 그대로 동급 최고의 상품성과 구성을 갖춘 차량이다.
먼저 체격을 보더라도 동급 최고 수준이다. 브랜드의 설명에 따르면 XT4는 4,595mm의 전장과 각각 1,880mm, 1,610mm의 전폭과 전고를 갖췄으며 2,779mm의 휠베이스로 여유를 강조한다. 참고로 공차중량은 20인치 휠, 타이어 및 AWD 시스템 등으로 1,825kg에 이른다.
캐딜락의 DNA를 계승하다
현재 마주할 수 있는 캐딜락의 여러 차량들은 지난 2015년 공개된 컨셉 모델, 에스칼라 컨셉(Escala Concept)에서 뻗어나온 가지에서 피어난 것으로 ‘전반적인 통일감’을 선사한다.
세단 모델인 CT4, CT5는 물론 대형 SUV인 XT6 역시 마찬가지다. XT4 또한 스포티한 감성의 프론트 그릴과 월계관을 내려놓고 모던한 감성을 강조한 크레스트 엠블럼, 그리고 스포티한 감성의 바디킷을 더하며 고급스럽고, 스포티한 SUV의 감성을 구현한다.
XT4에 자리한 새로운 모습은 말 그대로 젊은 감각이다. 특히 과거의 캐딜락 대비 더욱 경쾌하고 날카롭게 다듬어진 덕분에 ‘보는 즐거움’이 확실하다. 게다가 이러한 강렬함 속에서도 전반적인 균형감을 유지하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과거’를 잊지 않았다. 새로운 모습 속에서도 이전부터 이어지는 ‘기조’ 역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차체 곳곳에 자리한 직선적인 연출, 그리고 날카로운 ‘각’의 연출이 이를 입증한다. 더불어 매력적인 휠 또한 시선을 끈다.
후면에는 이전보다 날카로운 맛은 줄었지만 한층 화려하고 선명한 연출, 듀얼 머플러 팁은 물론이고 독특한 실루엣으로 마감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더했다. 이를 통해 최신의 캐딜락, 그리고 XT4 만의 고유한 이미지와 존재감을 능숙히 그려냈다.
컴팩트 캐딜락의 공간
XT4의 실내 공간 역시 최신의 캐딜락 감성을 잘 보여준다. 이전부터 이어진 듀얼콕핏 레이아웃에 조금 더 여유롭고 고급스러운 디자인 연출을 더해 ‘시각적인 만족감’을 더한다.
더욱 넓은 공간 감각을 제시하는 대시보드 구성과 SUV의 견고함을 더하는 에어 밴트의 디테일이 시선을 끈다. 여기에 스포티한 감각과 고급스러운 매력을 과시하는 소재와 연출 등이 더해져 전반적인 만족감을 높인다.
아날로그 클러스터와 디스플레이 패널이 조합된 계기판, 그리고 CUE 디스플레이 패널은 물론 리어 뷰 카메라 미러 등의 ‘기술 요소’도 충분한 모습이다.
캐딜락 고유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UE를 바탕으로 기본적인 내비게이션과 라디오, 블루투스 연결 등은 물론이고 캐딜락의 다양한 기능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직관적인 구성은 기능 사용을 위한 ‘적응 시간’을 대폭 줄인다.
이와 함께 우수한 만족감을 제시하는 보스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해 작은 공간 속에서도 풍부한 음량과 공간 감각을 선사하는 점도 긍정적이다.
동급의 차량 대비 소폭 큰 체격을 갖춰 공간 여유는 충분하다. 실제 1열 공간에는 그 크기는 다소 작지만 캐딜락 특유의 스포츠 시트가 눈길을 끈다. SUV답게 높지만 보다 낮게 느껴지는 드라이빙 포지션, 공간 여유를 누릴 수 있다.
2열 공간 역시 준수하다. 레그룸이나 헤드룸이 준수한 편이며 시트의 형태나 쿠션감, 그리고 마감 역시 우수하다. 충전 포트를 다채롭게 마련한 점도 매력적이다. 다만 2열 등받이 시트의 각도가 다소 서 있는 점은 아쉬웠다.
XT4는 적재 공간에서도 여유를 제시한다. 실제 637L의 기본적인 공간을 통해 대다수의 상황에 대응한다. 여기에 상황에 따라 2열 시트를 폴딩해서 최대 1,385L에 이르는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아주 넉넉한 수준은 아니지만 활용성 부분에서 부족함이 없다.
드라이빙의 기대감을 더하는 XT4
최근 캐딜락은 드라이빙 퍼포먼스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과시해왔고, 이는 XT4에서도 만날 수 있다.
실제 XT4의 보닛 아래에는 최고 출력 238마력과 35.7kg.m의 토크를 제시하는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이 자리한다. 여기에 9단 자동 변속기, CDC 서스펜션 시스템과 호흡을 맞추는 AWD 시스템이 더해졌다.
이를 통해 XT4는 우수한 가속 성능 및 동급 최고 수준의 운동 성능을 자신하며 복합 기준 10.0km/L의 효율성을 확보했다. 참고로 도심과 고속 연비는 각각 8.8km/L와 11.8km/L다.
외면할 수 없는 매력, XT4의 드라이빙
캐딜락 고유의 감성이 돋보이는 날렵한 외관, 그리고 충분히 만족스럽게 구성된 실내 공간을 충분히 둘러 본 후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시트에 몸을 맡겼다. 밝은 가죽으로 제작된 시트, 그리고 ‘SUV’로는 제법 낮고 안정적으로 구성된 드라이빙 포지션이 시선을 끈다.
더불어 드라이빙에 대한 집중력을 더하는 스티어링 휠, 계기판 등이 더해진다. 덕분에 이어질 주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참고로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인 만큼 시동 및 시동 이후의 아이들링 역시 전체적으로 정숙해 스트레스를 덜어낸다.
주어진 수치만 본다면 238마력과 35.7kg.m의 토크를 내는 신형 2.0L 터보 엔진(LSY)은 이전의 엔진 대비 다소 빈약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주행을 전개하면 아쉬움은 곧바로 사라진다.
실제 경쾌하게 출력이 전개되고 이어지는 가속력 역시 우수함을 느낀다. 주행 전반에 걸쳐 XT4는 경쾌하고 민첩함을 꾸준히 이어간다. 이는 SUV 형태 이상의 즐거움을 보장하는 큼직한 조각이다.
4기통 엔진 고유의 질감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여느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4기통 엔진들과 비교한다면 우수한 수준이라 ‘단점’이라 생각되진 않는다.
엔진에 합을 이루는 9단 자동 변속기는 말 그대로 똑똑하고 민첩하다. 실제 주행을 하며 변속이기를 의식할 일이 없을 정도로 능숙하고 매끄럽고 나아가 페달 조작에 따른 운전자의 의지를 빠르게 대응한다.
더불어 스티어링 휠 뒤쪽에 자리한 패들 시프트는 형태나 마감, 그리고 조작감이 우수해 운전자에게 ‘손맛’을 느끼게 한다. 또한 드라이빙 모드에 따라 능숙히 조율하는 점 역시 만족스럽다.
동급 최고라 평가할 수 있는 XT4의 매력이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단연 ‘주행’에 있다. 실제 XT4는 우수한 출력 외에도 정교하게 다듬어진 하체의 조율을 과시한다.
실제 스티어링 휠을 쥐고 조향을 해보면 일반적인 SUV와 다름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무게 중심이 높고 비교적 둔중한 차량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민첩하고 경쾌한 모습을 꾸준히 이어간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을 무척 쉽게 다룰 수 있다. 특히 캐딜락이 선사하는 SUV용 MRC(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라 불리는 CDC가 주행 상황에 따라 무척 능숙히 대응하며 ‘즐거움’에 힘을 더한다.
제동 성능 역시 우수하다. 단 번의 강력한 제동은 물론, 산길을 달리고 트랙을 달리더라도 ‘지치지 않는 내구성’까지 전하니 언제든 운전자가 다루고 싶은 대로 다룰 수 있어 ‘차량에 대한 확신’을 선사한다.
게다가 승차감도 우수하다. 어지간한 노면 진동, 충격은 실내 공간으로 유입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일부 충격이 전해진다 하더라도 시트를 통해 다시 한 번 걸러지며 더욱 높은 주행 및 차량 가치를 선사한다.
여기에 다채로운 편의사양, 안전사양 등이 더해져 ‘차량의 상품성’을 더욱 강화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러한 기분 좋은 주행 후에도 XT4를 권할 수 없음이 ‘착잡함’을 자아낸다.
좋은점: 동급 최고 수준의 패키징, 뛰어난 운동 성능
아쉬운점: 캐딜락 브랜드의 행보
‘차는 참 좋은데…’의 덫을 벗어나지 못한 XT4
과거부터 캐딜락의 여러 차량들은 언제나 ‘차는 참 좋은데….’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말끝을 흐리는 그 구간에는 판매, AS는 물론 브랜드 활동 등 참으로 많은 영역에서 다채로운 문제가 있었고, 심지어 이러한 문제는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모습이다. 아니 어쩌면 그 문제들이 더 심각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XT4는 여느 캐딜락들과 같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몰 용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