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16일 김기현 후보의 'KTX 울산 역세권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충돌했다. 전날 1차 TV토론에서 황교안 후보가 김 후보를 향해 관련 의혹을 거론하며 후보직 사퇴를 요구한 데 따른 여진인 셈이다. 안철수 후보는 이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에 비유하며 "김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대장동 비리를 심판할 수 없다"고 직격했고, 김 후보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 퍼 나르는 민주당식 못된 DNA를 가진 분"이라며 안 후보의 정체성 논란을 파고들었다.
안 후보는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전남·전북 합동연설회에서 김 후보의 투기 의혹을 집중 공략했다. 그는 "우리 당은 이재명 대표의 부동산 비리를 규탄하며 정권교체를 이뤘다.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때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가 터져 압승했다"며 "다음 당대표는 부동산 문제에 한 점 의혹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날 TV토론에서 거론된 김 후보의 'KTX 울산 역세권 부동산 투기 의혹'을 고리로 "(김 후보가)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엄청난 시세차익이 났다는 것을 오히려 인정했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김 후보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 퍼 나르는 민주당식 못된 DNA가 전당대회에 횡행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민주당식 프레임을 하면서 내부 총질하는 후보를 용납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안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를 지냈고, 주로 민주당에서 해당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빗대 '정체성 공세'로 반격한 것이다.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수사기관이 자신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39번이나 했다는 점을 들어 "그때 다 나왔던 얘기다. 재탕, 삼탕, 사탕, 사골탕까지 끓이려고 한다"고 일축했다. 정견 발표 후 취재진과 만나선 "정말 저급한 정치 공세여서 이런 사람이 당대표 되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해당 의혹은 김 후보가 보유한 토지 인근에 도로 개설사업이 진행돼 1,800배에 가까운 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김 후보 측은 해당 토지가 가파른 산지인 데다 송철탑이 세워져 있어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두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자리에선 '보수 불모지'인 호남 표심을 겨냥한 맞춤형 공약도 쏟아졌다. 합동연설회에 앞서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았다는 김 후보는 "경제가 제일 중요하다"며 △광주 복합쇼핑몰 △광주 군공항 이전 △전라선 고속철도 △전남국립의료원 신설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등 지역 현안들을 열거했다. 또 "대통령과 손발이 척척 맞아서 호남 예산을 힘있게 배정할 수 있는 후보, 저 김기현이 당대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호남 출신 인사들을 적극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당대표 후보를 자처하는 그는 "수도권 유권자들은 호남에서 우리 당 행보를 보고 표심을 결정한다"며 "당대표가 되면 지명직 최고위원을 호남 출신 인사로 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당이 원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호남에 출마할 수 있다면서 김 후보에게 "저처럼 제주나 호남에서 출마할 용기가 있느냐"고 물었다.
천하람 후보는 "국민의힘은 호남 전략은 단 하나, 신기록을 세우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라며 "당선자를 내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 출신이지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역구 당선을 목표로 호남의 큰 정치인이 되겠다는 각오로 죽어라 뛰는 도전자의 몫이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교안 후보는 "당대표가 되면 (국민의힘 소속) 호남 국회의원 3명을 만들겠다"며 광주 복합쇼핑몰 건설, 새만금 메가시티 건설 등을 공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