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오염수 방류 4년 후 삼중수소 '극미량' 유입"... 대응 명분 잃어

입력
2023.02.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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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류 앞두고 정부 차원 첫 모의실험 결과
"위험하지 않다" 일본 측 주장에 힘 실린 셈
전문가 "더 위해한 방사성 물질 고려 안 해"

일본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오염수를 방류하면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4~5년 뒤 우리나라 해역으로 '극미량' 유입될 거라는 국책연구원의 분석이 나왔다. "위험하지 않다"는 일본 측 주장에 힘이 실린 셈이라 정부의 국제법 대응은 추진동력을 잃게 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한국원자력연구원은 16일 제주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한국방재학회 학술대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국내 영향에 대한 정부 차원의 모의실험 결과가 발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이 있는 해안에서 1㎞ 떨어진 바다까지 해저터널을 뚫은 뒤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올봄이나 여름 방사성 물질을 걸러낸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이다. 이번 모의실험은 ALPS를 쓰더라도 삼중수소는 온전히 걸러지지 않는 점을 감안해 일본이 매년 22조 베크렐(㏃·방사성 물질에서 방출되는 방사선 양을 나타내는 국제 단위)의 삼중수소를 10년간 방류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일본의 방류 계획상 연간 최대 배출량이다.

연구 결과를 보면 바다에 버려진 오염수 속 삼중수소는 방류 4~5년 뒤 제주 해역부터 들어와 동해와 서해로 확산된다. 다만 이로 인한 한국 해역의 삼중수소 농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27년부터 유입돼도 그 농도가 ㎥당 약 0.001㏃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바다에 존재하는 삼중수소 농도의 17만분의 1 수준"이라며 "분석기기로도 검출하기 힘든 농도"라고 설명했다. 국내 해역의 삼중수소 평균 농도는 ㎥당 172㏃이다.

그러나 해당 결과가 현재 제기된 여러 문제를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삼중수소 외에도 스트론튬·플루토늄·세슘 등 더 위해한 방사성 물질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방사성 물질의 이동 경로 중 파급 효과가 큰 먹이사슬이나 해양 퇴적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ALPS가 60여 개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처리할 수 있다는 일본의 주장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며 "ALPS가 삼중수소만 처리하지 못한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해양 환경 평가가 제대로 된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는 ALPS를 거친 130만 톤의 오염수가 1,066개 수조에 담겨 있다.

정부 기관의 실험 결과가 '국내 해양 영향 미미'로 나오면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 발표(2021년 4월 13일) 이후부터 정부가 검토해 온 국제법 대응도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중재재판소에 제소한 뒤 재판부가 항상 있는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 조치를 신청하는 방안을 고려해 왔다. 잠정 조치는 중재재판소의 최종 판결 전까지 일본이 오염수를 내보내지 못하게 해달라는 일종의 가처분 요청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기관 내 해양법 담당자는 "제소 당사국에 피해 입증 책임이 있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 위험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국제재판소 제소 자체가 애매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국제법 대응 주무부처인 외교부는 그간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주변국의 안전과 해양 환경에 위험을 초래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해 왔다.

세종= 변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