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제주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 일반산업단지 내 항공우주 스타트업 '컨텍'의 우주 지상국 사무실. 한쪽 벽면에 설치된 여러 대의 모니터 중 한 대에서 옥상에 설치된 수신 안테나가 자동으로 조정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컨텍과 계약된 업체의 인공위성이 제주 상공을 지나면 안테나가 영상 정보를 수신하기 위해 진행하는 작업이다. 조정 작업이 끝나자, 해당 인공위성에서 수신된 정보를 암호화해 서버에 저장하는 작업이 10여 분간 이어졌다. 이렇게 수신된 자료는 곧바로 해당 위성 보유 업체에 전달됐다. 인공위성 정보를 수신하고 전달하는 작업에 드는 비용은 1회에 55달러(한화 약 7만 원)다.
제주도가 우주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 1일 오영훈 제주지사는 "제주도가 민간 우주경제를 뒷받침하겠다"며 △위성정보 활용 △지상국 서비스 △소형 큐브 위성 △우주체험 △친환경 민간 소형 발사체를 제주형 우주경제 5대 가치 체인으로 제시했다.
제주에서 시작해 전 세계 12개 국가에 지상국을 설치· 운영 중인 컨텍은 연간 130억 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컨텍과 계약을 맺은 위성만 30여 대로 평균 15분마다 1대의 인공위성으로부터 정보를 수신하고 해당 업체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보낸다. 컨텍은 또 위성영상 정보를 보정해 높은 품질의 영상으로 만들고, 위성영상을 분석하고 활용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제주도가 내건 우주경제 5대 가치 체인의 전형적인 성공 모델이다. 이재원 컨텍 부대표는 “최근 지상국 서비스 수요가 급증해 현재 제주 서부 지역에 안테나 10여 기를 추가로 설치하기 위한 지상국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우주산업은 연구단지가 밀집한 대전과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전남 고흥 등이 이끌고 있다. 제주의 도전은 지리적 이점과 연결돼 있다. 이 부대표는 "제주는 높은 건물이나 이동통신 기지국이 많지 않아 전파 간섭이 적은 환경 요인을 갖고 있다"며 "지상국 운영에 있어 국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한 조건을 갖춘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나로우주센터가 위치한 고흥의 2배 수준인 약 30도 발사 방위각 확보가 가능한 게 제주다. 도 관계자는 "발사 방위각이 클수록 수백, 수천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인공위성 발사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당 1억여 원에 이르는 막대한 발사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는 제주가 최적지"라고 말했다. 실제 20여년 전 정부는 나로우주센터를 발사장으로 최적지인 제주지역에 건설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지역주민의 반대로 전남 고흥으로 옮겨 세웠다.
도는 발사체 제작 및 발사장 운영 업체를 유치해 제주를 위성 발사장 최적지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 발사장과 최대한 가까운 위치에서 인공위성을 조립해야 하는 위성제조업체의 특성을 이용해 위성제조업체 유치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제주에 운영 중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가위성운영센터 등 우주연구기관 및 민간기업 등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면 위성정보를 활용한 산업을 특화하는 데도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영훈 지사는 "5대 가치 체인을 통해 제주에서 만든 민간 소형 큐브위성을 제주에서 쏘아 올리고 그 위성을 관제하며 위성 데이터를 활용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