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태국 동굴서 극적 생환한 소년... 영국서 숨져

입력
2023.02.1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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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유학' 갔던 영국 대학서 사고사

2018년 태국에서 동굴 탐험 중 2주 넘도록 조난을 당했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후, 영국에서 축구 선수 꿈을 이어가던 태국 10대 소년이 최근 안타깝게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방송은 15일(현지시간) 최근 세상을 떠난 두앙페치 프롬텝(18)의 어머니가 고향인 태국 치앙라이주(州)의 한 사원에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사원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프롬텝의 사망 사실을 알리며 "그의 영혼이 편히 잠들길"이라는 글을 남겼다. 프롬텝의 정확한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사고사'라고 태국 현지 언론이 전했다. 기숙사에서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며 크게 다쳤다는 설명이다.

5년 전 동굴 조난 사건 당시 태국 유소년 축구팀 '무 빠'(야생 멧돼지)의 주장이었던 프롬텝은 지난해 영국 레스터의 브룩하우스 칼리지 축구 아카데미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진학 소식을 알리며 "오늘 꿈이 이루어졌다"고 쓰기도 했다.

2018년 6월 프롬텝을 비롯한 12명의 '무 빠' 유소년 축구 선수들 및 축구팀 코치(30)는 태국 북부 치앙라이의 탐루엉 동굴에 폭우로 갇힌 지 17일 만에 13명 전원이 구출되는 기적의 생환 드라마를 썼다. 승려 생활 경험이 있는 코치의 지도에 따라 명상을 하며 배고픔과 공포를 이겨내 커다란 화제가 됐다. 태국 소년들의 스토리는 영화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탐루엉 동굴 인근은 이런 이야기가 담긴 기념품을 파는 노점이 들어서며 관광 명소가 되기도 했다.

사선에서 함께 돌아왔던 친구를 잃은 이들은 저마다 추모의 뜻을 표했다. 유소년 축구팀 동료였던 프라착 수탐은 "영국으로 떠날 날을 앞두고 프롬텝과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다시 돌아온다면 사인을 부탁해야겠다'는 농담을 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동료도 "잘 자, 친구. 우리 13명은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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