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본의 튜닝 시장, 가주 레이싱과 페어레이디 Z를 거쳐 ‘케이카’에 집중될까?

입력
2023.02.16 06:30

지난 2012년, 토요타는 경량 후륜구동 스포츠 쿠페 ’86’을 선보이며 일본 내수 시장은 물론 전세계 수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86의 등장은 2007~2008년에 시작되어 전세계를 긴장시켰던 경제 위기의 충격에서 빠져나올 즈음으로 ‘새로운 장난감’ 그리고 취미의 대상을 찾고 있던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덕분에 말 그대로 시장의 새로운 활력소로 자리 잡았다.

실제 86은 일본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 다채로운 시장에서 ‘모터스포츠의 아이콘’ 그리고 튜닝의 대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이러한 기조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의미있는 결과’를 내기도 했다.

86의 성공은 형제 모델이었던 스바루 BRZ의 도약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자동차 업계에서는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한 공식’과 조금 거리를 둔 차량들이 등장하며 잠시 빈약해졌던 다양성에 힘을 더했다.

그리고 토요타는 다시 한 번 브랜드의 마케팅 방향성을 모터스포츠로 선회하고 WRC와 WEC 그리고 각종 모터스포츠 카테고리에 적극적인 태도를 이어가며 ‘자동차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감정’ 자체를 배양했다.

10년의 시간이 흐르고, 토요타는 2세대를 맞이한 GR 86을 선보였다. 그리고 그 이전에는 GR 야리스와 BMW와 합작해 개발한 GR 수프라 등을 선보이며 ‘가주 레이싱’ 브랜드를 한층 강화했다.

여기에 닛산은 브랜드의 새로운 스포츠카 신형 Z를 공개했다. 새로운 Z는 BMW와 공동 개발한 GR 수프라와 달리 완전히 닛산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차량으로 더욱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렇게 새로운 스포츠카들의 등장으로 인해 일본의 튜닝 시장은 한층 활기를 찾았고, 꾸준히 활약하고 있는 마쯔다의 MX-5(로드스터) 및 혼다의 차량 역시 지속적으로 제시되어 힘을 더하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2023년 1월, 지바에 위치한 마쿠하리 메쎄에서 열린 ‘도쿄오토살롱 2023’에 참가한 많은 튜닝 브랜드들은 GR 86과 신형 Z를 튜닝의 대상으로 삼아 다채로운 ‘성과’를 과시했다.

특히 가장 최신의 차량이라 할 수 있는 Z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컸다. 실제 클래식 Z와 함께 전시되거나 더욱 대담한 스타일, 강력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Z 튜닝 모델이 등장해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관람객들의 이목’을 GR 86과 신형의 Z 등이 끌었을지 몰라도 ‘그들의 지갑이 열리는 장소와 순간’은 정작 다른 곳에 위치했다.

실제 도쿄오토살롱 2023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튜닝은 단연 ‘케이카’ 즉 경차 부분이었다. 특히 일반적인 경차가 아닌 비교적 공간 활용성이 좋은 박스 형태의 경차들이었다.

자동차 제조사는 물론이고 다양한 튜닝 업체들은 작은 차량에서 보다 쾌적한 여유를 즐기고, 캠핑 그리고 차박 등을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튜닝을 선보이며 ‘주제의 변화’를 선명히 드러냈다.

현장에서는 차박 유튜버의 현장 취재 및 라이브 방속, 그리고 차박에 관련된 다채로운 프로그램 등도 함께 진행되었다. 경차 등을 전문으로 제작해온 스즈키와 다이하츠는 마치 ‘물 만난 고기’와 같았다.

여기에 경차를 꾸미는 ‘드레스업’ 부분의 튜닝 역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다만 과거의 ‘화려하고 대담한, 그리고 노력이 가득한 튜닝’ 보다는 보다 가볍게, 그리고 쉽게 접근하고 구현할 수 있는 ‘소소함’이 돋보였다.

일본 경제에 관련된 한 익명의 관계자는 “일본의 경제 상황이 장기적으로 ‘침체’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소비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덧붙여 “상대적으로 고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GR 수프라, GR 86 그리고 Z 등과 같은 스포츠카 보다는 합리적이고 부담이 적은 케이카 기반의 소비, 튜닝이 선명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도쿄오토살롱 2023 현장을 찾은 튜닝 업체 관계자 역시 “여전히 거대하고 다채로운 튜닝 문화가 인상적이지만 과거 대비 일본의 소비심리 위축 및 경제 둔화가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도쿄오토살롱 2023에서 만난 일본의 자동차 브랜드들은 새로운 자동차, 그리고 새로운 활동을 바탕으로 ‘자동차의 즐거움’ 그리고 튜닝과 운영의 즐거움을 알리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었다.

과연 일본의 자동차 소비 및 주변 시장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그리고 일본과 유사하면서도 또 사뭇 다른 국내 자동차 소비 및 주변 시장은 어떤 변화를 이어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모클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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