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국회가 반도체 육성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요 경쟁국에서 대규모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내놓는 것과 다르게 한국에선 국회를 중심으로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경연은 15일 '2022년 세제개편안과 국회통과안의 비교 및 평가'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주장하며 "국회와 정부는 기업친화적 세제 환경을 조성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세금제도를 없애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경연은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세제개편안을 거론하며 "너무 많은 수정을 거치면서 정책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법인세율 인하, 해외 자회사 배당금 이중과세 조정,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 일몰 종료 등 조세 체계 정비 방향이 글로벌 평균에서 멀어져 기업 경쟁률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국가안보 자산으로 키우고 있는 반도체 산업조차 한국에선 여야 정쟁으로 세제지원안을 통해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한경연 측은 강조했다.
실제 ①미국은 반도체 지원법을 지난해 통과시켜 반도체 투자세액공제를 최대 25%까지 적용했으며 ②대만은 1월 반도체 등에 대한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율을 10%포인트 올려 25%까지 적용하기로 했고 ③일본은 국적과 상관없이 자국 내 모든 반도체 기업에 10년 동안 설비 투자금액의 3분의 1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규제를 크게 완화하며 반도체를 핵심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 확대가 주요 내용인 이른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조차 국회에 계류돼 있다. 정부가 뒤늦게 그 심각성을 깨닫고 반도체 기업 투자세액공제율만이라도 대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35%까지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이에 미치지 못한 안을 주장하고 있어 2월 임시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임동원 한경연 연구위원은 "여야가 정쟁을 일삼고 있는 현재도 반도체 경쟁은 세계 시장에서 심화되고 있다"며 "국가 핵심 산업인 한국 반도체가 더 이상 뒤처지지 않도록 정부의 반도체 투자세액공제 확대안이라도 서둘러 임시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