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서부 미시간주립대 캠퍼스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재학생 3명이 희생됐다. 총격범은 40대 흑인 남성이었고 범행 3시간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학교나 희생자와 별다른 인연이 없었고 범행 동기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또 한 번의 비극에 ‘총기 규제 강화’ 이야기가 또다시 나왔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14일(현지시간) 미 언론과 경찰 발표 등에 따르면 총기 난사는 13일 오후 8시 18분 경찰에 처음 신고됐다. 미시간주 이스트랜싱에 있는 미시간주립대 캠퍼스 사회과학대 건물인 버키홀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출동한 경찰은 2명의 사망자를 발견했다. 이어 서쪽 유니온빌딩에서 1명의 희생자가 더 확인됐다. 희생자는 이 학교 2, 3학년 재학생이었고 남성 1명, 여성 2명이었다.
총에 맞은 부상자 5명도 병원에 이송됐다. 이 가운데 4명은 수술까지 받은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경찰은 걸어서 도주한 범인 추격에 나섰다. 이어 오후 11시 35분 용의자 앤서니 맥레이(43)가 캠퍼스 밖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5만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 이 학교에선 총기 난사 후 3시간여 동안 곳곳에서 몸을 숨기고 급히 대피하는 학생들로 대혼란이 벌어졌다.
맥레이의 가방에선 ‘랜싱을 끝낼 것’이라고 쓰인 메모가 발견됐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그러나 맥레이가 왜 그 건물에 들어가서 특정 학생을 살해했는지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맥레이는 2019년에도 총기 불법 휴대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번 범행에 사용한 총기를 어떻게 구했는지는 경찰이 조사 중이다. 맥레이의 가족들은 맥레이가 사회적으로 고립됐고 2년 전 모친 사망 후 은둔자가 돼 ‘악의 분노’를 표출하곤 했다고 밝혔다.
총기 난사 사건 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애도 성명을 내고 의회에 △모든 총기 구매자 신원조회 △공격용 총기와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 등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그는 “의회가 꼭 행동에 나서 상식적인 수준의 총기규제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위험한 인물로부터는 총기를 압수할 수 있는 ‘붉은 깃발법(Red flag lawㆍ위험신호법)’ 이행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우리는 공동체와 단란함이 또 다른 장소에서 총탄과 유혈로 산산조각 났다는 너무 익숙한 느낌에 모두 상처를 입었다”며 “우리는 이것이 미국만의 독특한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을 겪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린이 때는 26명이 희생된 샌디훅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9년 뒤에는 미시간주립대 인근에 있는 옥스퍼드고에서 10대 4명이 희생된 총격 사건을 겪었다고 전했다. 시간이 흘렀지만 달라진 게 없는 미국은 총기 난사 사건을 또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한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