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련과 위기를 절대 잊지 않고 겸손하지만 당당하게, 사려 깊지만 굳건하게 분골쇄신 나아가겠다.”
15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583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수요시위는 늘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활동보고로 시작된다. 이날 활동보고는 평소와 달리 길었다. 정의연 전 이사장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1심 판결 후 처음 열린 집회여서다. 서울서부지법은 앞서 10일 업무상 횡령ㆍ기부금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의원에게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1,718만 원의 횡령 혐의만 인정하고 모두 무죄 판결이 났다. 정의연 전 이사 김모(48)씨도 무죄를 받았다.
이 이사장은 법원 판결을 환영하며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규탄했다. 그는 “2020년 5월 시작된 사태는 무분별한 의혹 보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신속한 수사 지시와 압수수색 등 모든 게 20일 안에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며 “단체와 개인을 악마화한 다수 보도가 허위임이 확인됐지만 여전히 인터넷을 뒤덮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 이사장은 일부 유죄에 대해선 사과했다. “지난 30여 년간 열악한 재정과 부족한 인력으로 뒤를 돌아볼 틈 없이 전방위적으로 대응하느라 행정적 실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사법적 판단과 별개로 부족하고, 실수한 부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그동안 다소 위축됐던 수요시위가 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정의연 사태가 불거지고 한 달 뒤인 2020년 6월부터 극우단체들은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 앞 집회신고를 선점한 채 맞불 시위를 해왔다. 수요시위가 열리는 시간이 되면 확성기를 켜고 “소녀상을 철거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소녀상을 바라보고 오른쪽에선 극우단체, 왼쪽에선 정의연의 수요시위가 나란히 진행됐다. 다행히 별다른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수요시위 참가자들을 향해 “더 튼튼하고 단단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