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서해마저 대결의 장 삼아선 안 된다

입력
2023.02.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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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찰 풍선의 미국 영공 침범을 계기로 갈등을 키우고 있는 미중 양국이 서해에서 군사 훈련을 늘리고 있다. 안 그래도 남북관계 악화로 긴장이 고조된 서해 지역이 본격적인 미중 군사 대결의 장이 된다면 우리 안보 환경은 급속히 악화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지난 13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서해 랴오둥반도 해역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11일 남중국해에서 핵추진 항공모함을 동원한 미 해군·해병대의 합동훈련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미군의 정찰 풍선 격추에 대응, 중국이 미확인 비행체를 포착했다며 격추를 예고한 곳도 서해를 낀 산둥반도다.

미국도 이달 1일과 3일 전략폭격기 B-1B, 스텔스 전투기 F-22·F-35B 등 전략자산을 서해 상공에 투입해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시행했다. 북한이 주타깃으로, 중국 견제를 겸한 훈련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찰 풍선 침입 사실이 알려진 직후 전격 진행된 3일 훈련은 더욱 그렇다.

미중은 그간 서해상에서 군사 행동을 자제해왔다. 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 미국이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계획하고 핵항모 조지워싱턴호를 서해에 파견하려 했지만 중국의 결사 반대로 무산된 일도 있었다.

하지만 대만을 비롯한 남중국해 일대에서 미중 긴장이 높아지면서 동중국해와 서해까지 급속히 대결의 장으로 편입되는 양상이다. 중국은 한국과 경계선이 확정되지 않은 서해 중간수역에서 훈련 빈도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대만 방문 당시 중국의 무력 시위가 서해 실탄 사격으로도 진행된 일이 비근한 사례다. 미국 또한 서해 진출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최근 미 해군참모총장은 호주에 이어 일본의 핵잠수함 건조를 용인할 뜻을 밝히며 동맹 간 연합훈련을 서해에서 진행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서해가 신냉전 복판에 들어서지 않도록 정부는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서해-동중국해-남중국해가 미중 진영 대결의 벨트로 묶인다면 남북 대치 상황을 관리하기 어렵고 역내 군사 충돌에 휘말리기 쉽다. 우리 앞바다 문제인 만큼 필요하다면 미중에 적극 자제를 요청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