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과정에 김건희 여사 계좌가 사용됐다는 법원 판결을 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야권은 김 여사 연루 정황이 드러났다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실과 여권은 계좌 활용과 주가조작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선 김 여사가 시세조종의 불법성을 인지했는지, 주가조작 선수들과 공모했는지 여부에 따라 법적 판단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도이치모터스 사건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김 여사 명의 계좌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이뤄진 권오수 전 회장 등의 시세조종 범행(5단계)에서 총 6개가 이용됐다. 특히 2010년 9월 24일~2011년 4월 18일 '2단계 범행 시기'에는 김 여사 계좌가 7차례 시세조종에 활용됐다.
법조계에선 그러나 '계좌 이용=주가조작'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본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도 총 91명의 계좌 157개가 시세조종에 이용됐지만, 검찰은 6명 정도만 기소 또는 약식기소했다. 대부분 단순 투자자였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그나마 재판에 넘겨졌던 '큰손' 손모씨도 무죄 판단을 받았다. "주가조작 세력과 연락을 주고받아 거래했다는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일종의 '투자'로 본 것이다. 하지만 김 여사를 일반적인 전주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 전 회장과 주식 매매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소통한 정황,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 직원과 통화해 "사라고 하던가요? 그럼 좀 사세요"라며 매매를 승인한 정황, 세력 간 문자가 오간 뒤 곧장 김 여사 계좌에서 매도가 이뤄진 정황 등 일반 투자자와 다르게 볼 여지도 있다.
결국 시세조종의 위법성을 김 여사가 사전에 알았는지 여부가 검찰 수사의 향배를 가를 전망이다. 주가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하면 계좌가 이용됐어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불법성을 인지했더라도 관여 형태에 따라 공범 여부에 대한 판단은 갈릴 수 있다. 주가조작 수사 경험이 풍부한 부장검사는 "위법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시세조종에 구체적으로 가담했다면 전주도 형사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2021년 12월 권 전 회장 등 주가조작 가담자들을 재판에 넘겼지만, 김 여사에 대해선 여전히 "필요한 수사를 하고 있다"며 최종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법원 판단이 나온 이상, 검찰로서도 더 이상 결정을 미룰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매수를 유도당하거나 계좌가 활용당했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며 김 여사 연루 의혹을 재차 부인했다. 이어 "김 여사와 주가조작 관련 연락을 주고받거나 공모했다고 진술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며 "그 결과 (판결문의) 범죄사실 본문에도 김 여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