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화석에너지 사용이 줄고 전기 수요가 늘자, 정부가 관련 대책을 내놨다. 태양광·집단 에너지처럼 전기 수요가 있는 지역에 설치한 발전설비(분산형 전원) 비중을 2027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의 18.6%로 늘리고, 재생에너지 발전이 풍부한 시간에 남는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각종 기술, 제도를 마련하는 데 3조6,000억 원 가까이 투입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제3차 지능형 전력망 기본계획'을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능형 전력망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전기공급자, 소비자의 실시간 정보를 교환하는 전력망 체계로 정부는 2012년부터 5년마다 관련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선 ①잉여 전력을 저장하고, 사고팔 수 있는 각종 기술과 제도를 마련한다. 잉여 전력을 열, 수소 등으로 저장하는 '섹터커필링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290억 원을 지원하고, 전기차에 충전된 전력을 소규모전력중개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재생에너지를 전력도매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는 제도(재생에너지 발전량 입찰제)를 도입한다. 올해 제주에서 시범운영을 거쳐 2025년 전국으로 확대한다. 태양광, 연료전지 등 분산형 전원을 통합해 전력시장에 입찰하는 '한국형 통합 발전소(VPP)'도 마련한다.
②정부는 전기 수요‧공급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프로그램(AMI)을 각 가정에 구축해 전기 절약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 사용량, 요금을 15초 단위로 확인할 수 있어 누진제를 감안해 여름철 에어컨 사용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전력공사 고객 1,170만 호(52%)에 구축했고 7,380억 원을 투입해 2024년까지 2,250만 호(100%)에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아파트 1,100만 호는 180여만 호 시범사업 실시 후 확대를 검토한다. 최대 전력 사용시간에 전기 사용을 줄이면 요금감면, 에너지바우처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주는 '국민DR((Demand Response) 에너지 절약사업' 관련 제도를 완화하고, 참여자도 현재 1만1,000여 가구에서 2만 가구로 늘린다.
이 밖에 ③분산형 전원 기술을 개발하는 데 1,979억 원을 지원하고 ④스마트그린산단과 섬 마을에 맞춤형 에너지자급자족(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을 만드는 데 3,212억 원을 지원한다. ⑤재생에너지가 늘며 전력수급 편차가 심해지는 상황을 반영해, 디지털변전소 등 ICT 기반 전력시스템을 마련하는 데도 2조1,528억 원을 지원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디지털변전소는 실시간 전력수급 진단이 가능하고, 문제가 생기면 멀리 떨어져서도 복구할 수 있다"며 "변전소 안전사고도 크게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차, 데이터센터 등이 늘며 국내 전력 수요는 해마다 늘고 있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전력소비량은 올해 558.3TWh에서 2027년 608.9TWh, 3036년 703.2TWh로 급증한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지면서 날씨에 따른 전력수급 편차가 심해졌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 분산형 전원을 늘리기로 했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전체 전력 생산 중 분산형 전원 비중은 2020년 말 12.2%에서 올해 14.4%, 2030년 20.4%로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