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타는 배달 로봇이 늘고 있다…프로그램 누구나 쓸 수 있게 한 효과 나타나

입력
2023.02.15 11:00
"스마트폰으로 승강기 부를 수 있게 될 것"...산업 혁신 예고


#. 경기 용인시 세브란스 병원에서는 10대의 '의료 서비스 로봇'이 직접 엘리베이터를 타고 혈액과 검체, 의료 소모품 등을 나른다. 언뜻 보면 식당에서 볼 수 있는 음식 배달 로봇과 기능이 비슷하지만 이곳 로봇들은 건물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28대를 이용해 병원 내 여러 층을 누빌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14일 현대엘리베이터에 따르면, 로봇이 알아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곳곳을 누비는 시대가 앞당겨졌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엘리베이터 응용프로그램을 누구나 쓸 수 있게 개방하면서다. 사물과 사물을 블루투스로 연결하듯 로봇과 엘리베이터를 연동하면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직접 타고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현대엘리베이터가 엘리베이터 응용프로그램을 개방한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참여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1년 새 참여 기업과 기관이 60여 곳으로 늘어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오픈 API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곳이라면 별도 장비 설치 없이 로봇, 스마트폰 등 외부 기기와 자유롭게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API 기반 로봇 연동은 기업 곳곳에서도 상용화돼 있다. 음식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의 운영자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 로봇 '딜리'는 라이더가 건물 1층에서 음식을 담은 뒤 주문 정보를 입력하면 다른 층 주문자에게 음식을 직접 가져다준다. API를 활용한 기술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라이더와 주문자 모두 음식을 받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한발 더 나아가 오픈 API를 활용해 승강기 산업 혁신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스마트폰으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거나 탑승자 정보를 파악해 엘리베이터 내 사이니지(디지털 정보 디스플레이)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것"이라며 "이용 정보를 분석해 전력 사용량 절감이나 대기시간 단축 등 시스템 개선에도 나설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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