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2시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광장에 설치된 ‘10ㆍ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두 달간 운영된 분향소를 정리하기 직전, 한 유족이 영정을 하염없이 어루만지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흰색 천으로 싼 영정을 품에 안은 다른 유족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녹사평역 시민 분향소를 서울광장 분향소로 이전해 통합 운영한다”고 밝혔다. 15일 오후 1시로 서울광장 분향소 강제철거 시한을 못 박은 서울시 방침에 맞서 광장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도 대화는 하되, 서울광장 분향소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녹사평역 분향소는 지난해 12월 14일 유족 주도로 설치됐다. 유족이 동의한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과 이름이 처음 공개된 장소이기도 하다. 의미가 적지 않지만, 철거를 결정한 건 인근 상인들에게 더 이상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시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인 자캐오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신부는 “이번 참사의 또 다른 피해자인 이태원 상인ㆍ주민분들과의 상생을 전제로 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광장 분향소 철거를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유족들의 의지도 담겨 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저희는 시청 앞 분향소에서 시민들과 함께 온전한 추모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측은 시가 추모공간으로 제안한 녹사평역 지하 4층은 일절 논의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민간 건물은 주인이 나가라면 나가야 하니 관급 건물을 요청하면서 이태원역, 녹사평역, 용산구청, 시청 로비 등을 언급한 것뿐”이라며 “이걸 먼저 제안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시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유족들의 호소와 아픈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서울광장에 설치된 불법 시설물은 시민들이 동의하지 않아 반드시 철거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