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온 외신기자는 처음"...밀림의 미얀마 시민군이 환호했다

입력
2023.02.1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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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2년, 미얀마에 가다]
① 평범한 시민, 총을 들었다
한국일보는 왜 미얀마에 주목했나
미얀마 군부, 취재 요청에 '무응답'


편집자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로 합법적인 민주정부를 무너뜨린 지 2년이 지났습니다. 군정은 폭력과 공포정치로 국민을 탄압합니다. 미얀마 사태는 그러나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져 ‘잊힌 비극’이 됐습니다. 미얀마인들은 스스로 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외칩니다. "우리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고. 피와 눈물로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미얀마인들은 과거의 우리를 닮았습니다. 한국일보는 미얀마를 찾았습니다. 한국 언론 중 처음으로 남동부 카렌주의 가장 깊숙한 곳에 들어가 군부와 싸우는 시민방위군(PDF)과 버마학생민주전선(ABSDF) 학생군의 민주주의 수호 전쟁의 처절한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미얀마가 위험하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에요. 실제로는 굉장히 평범하게 살고 있습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사업을 하는 한인 A씨는 지난달 초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제사회가 ‘미얀마=쿠데타=혼돈’ 프레임을 부각시켜 불안을 키운다는 것이다.

수도 네피도와 양곤 등 군부가 장악한 대도시만 보면 맞는 말일 수 있다. 2021년 2월 군부의 쿠데타 직후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미얀마인 수십만 명은 지쳐서 생활 전선으로 돌아갔다. 시장은 북적거리고 외국 여행객들은 관광지와 골프장을 찾는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2년 전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군부가 '총칼로 만든 평화'다.

도시 밖 사정은 다르다. 중국, 인도, 태국 등과 국경을 맞댄 산악 밀림지역에선 매일 총격전이 벌어진다. 빼앗긴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시민방위군(PDF)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미얀마인들이 정부군에 저항한다.

이들의 목숨 건 투쟁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 미얀마 정부가 친군부 성향을 제외한 매체의 취재를 통제하는 데다 접근이 어려운 산간 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탓이다. 시민군들이 교전 사진과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보지만, 국제사회의 관심은 시들고 있다.

그사이 민간인 희생자가 급증했다. 인권단체 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군부 폭력으로 사망한 민간인은 최소 2,950명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억울한 죽음은 더 많다. 군부의 살상 행위는 날로 포악해진다.

한국일보는 쿠데타 발발 2년(올해 2월 1일)을 맞아 미얀마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태국을 통해 국경을 넘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군부에 맞서 싸우는 시민군과 이들의 투쟁을 돕는 사람들, 그리고 삶의 터전을 잃은 피란민들을 만났다. 미얀마는 한국 외교부가 지정한 여행 적색경보(철수 권고) 지역이어서 입국이 국내법상 합법이다.

미얀마에서는 시민방위군 백호부대 사령부의 호위를 받아 미야와디 타운십(기초행정구역) 레이케이코 인근, 코커레이크 타운십 총도 인근 등을 취재했다(시민군의 안전을 위해 세부 지명은 밝히지 않는다). 총도 지역의 한 주민은 “여기까지 온 외신 기자는 처음”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일보는 미얀마 외교부와 쿠데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측에 "쿠데타 2년째에도 요원한 미얀마 평화에 대한 군부의 입장과 앞으로의 선택"에 대해 물었지만 14일까지 답변이 오지 않았다.

메솟(태국)=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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