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제주서 "4·3사건, 北 김일성 지시" 주장에...유족회 "폭동 폄훼" 거센 비판

입력
2023.02.13 22:02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태영호 후보가 13일 제주 4·3 사건에 대해 "북한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된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 4·3 사건 관련 단체들은 태 후보의 사과와 최고위원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태 후보는 이날 제주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무릎을 꿇고 "4·3 사건의 장본인인 김일성 정권에 한때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유가족분들과 희생자분들을 위해서 진심으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고 말했다. 전날 제주 4·3 평화공원 방문 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4·3사건은 명백히 김씨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며 4·3사건 위령탑 앞에 무릎을 꿇고 향을 올렸다고 밝혔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 의원은 최고위원 후보 출마 이후 대북·안보의제를 적극 내세우며 '강성보수'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태 후보가 이날 주장한 '4·3 사건 북한 지시설'은 일부 극우단체가 주장해온 내용으로 학계에서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00년 제정된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서도 제주 4·3사건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 공권력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했고,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국가추념일로 지정됐다.

이에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등 관련 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 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태 의원은 제주4·3사건은 명백히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는 등 역사적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유포시키는 등 경거망동을 일삼았다"며 "4·3을 폭동으로 폄훼해 온 극우의 논리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태 의원의 사과와 최고위원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야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제주를 지역구로 둔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규탄 성명에서 "국민의힘은 또다시 색깔론으로 국민을 갈라치고 제주도민의 아픈 상처를 들쑤시고 있다"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태 의원의 발언은 국회의원으로서 자질조차 의심되는, 국민 통합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발언"이라며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장 사과하고 태 의원을 징계하라"고 적었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