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라"고 지시했다.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국민들이 겪고 있는 부담이 큰 상황에서 은행들이 '돈 잔치'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은행 고금리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고금리 상황과 관련해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당시에도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라며 "그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은행의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후 시중은행들은 송금과 중도상환 등과 관련한 각종 수수료를 낮추거나 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은행에 대해 돈 잔치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고 국민적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에 관련 대책을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언급은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서민들의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난 반면, 은행이 이자수익으로 역대 최대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지난해 4대 금융 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순이익은 역대 최대인 약 15조9,00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조 4,000억 원 증가했다. 이중 이자 수익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약 5조 원 증가한 39조 원가량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의 수익 증가는 기업 대출 증가와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 확대에 따른 결과라는 게 대통령실의 분석이다. 지난해 기준 기업 대출은 104조 6,000억 원이 증가한 반면, 가계 대출은 2조 6,000억 원 감소했다. 예대금리차가 2.24%포인트(작년 1월)에서 2.55%포인트(작년 12월)로 인상된 것도 영향을 줬다.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 은행권이 '손쉬운 이자 장사'로 배를 불리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예대금리차 비교공시를 시행해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하고, 합리적인 금리 산정을 위한 가산금리 산정체계를 정비하는 등의 대책을 냈다. 은행권이 당기순이익의 6~7%를 서민금융과 지역사회·공익사업에 출연하는 등 사회공헌을 늘리고,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간 5,000억 원 규모의 사회공헌 기금을 추가 출연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그럼에도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당국은 이미 발표된 소비자 금리부담 완화 및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추가적인 정책방안도 지속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은행권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취약계층 지원프로그램 및 이익 사회 환원 등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 등도 은행권과 지속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집권 2년 차를 맞아 국정동력의 고삐를 죄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전날 노동개혁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뒤늦게 공개하면서 연초 윤 대통령이 강조한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국민들의 이자 부담을 재차 언급한 것도 정부의 금융 개혁 의지를 환기한 것이란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