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현장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함께 백신 접종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13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이날부터 6개월~4세 영유아 백신 당일 접종이 시작됐다. 당일 접종은 사전 예약을 하지 않아도 의료기관에 연락해 예비명단에 등록하면 그날 바로 접종이 된다.
추진단은 지난달 30일부터 영유아 백신 접종 사전 예약을 받았는데, 사전 예약 접종은 오는 20일부터 시작된다. 영유아 접종에는 화이자 백신이 사용된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은 영유아용 화이자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성이 확인됐다고 판단했다.
영유아용 백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의약품청(EMA) 등 주요국 의약품 규제기관도 허가·승인했다. 현재 5세 미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접종을 시행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8개국이다.
그러나 영유아 자녀에게 백신을 맞히려는 부모들은 많지 않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영유아 예방접종 건수는 단 3건에 그쳤다. 사전 예약도 1,065건에 불과했다. 지난달 30일 이후 보름 동안 전국에서 하루 평균 71건의 예약이 이뤄진 셈이다. 영유아 백신에 대한 호응이 저조한 건 접종 필요성에 대한 의문과 부작용 우려 등이 주된 이유다.
14개월 자녀를 둔 박모(35)씨는 "성인에게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데, 아기에게까지 백신을 맞혀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아기들은 코로나에 걸려도 증상이 심하지 않다던데, 굳이 백신 접종을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유아 백신 접종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에도 문의가 뜸하다. 서울 강동구의 한 소아청소년과의원 관계자는 "당일 접종을 받으러 온 영유아는 아직 없고, 당일 접종이 가능하냐는 문의 전화도 한 통밖에 없었다"며 "다음 주에 사전 예약이 잡혀있긴 한데, 성인에 비해 예약률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서울 금천구의 한 소아청소년과의원도 "당일 접종 영유아나 접종이 가능하냐는 문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그래도 방역당국은 영유아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코로나19 감염 시 치명률이 높아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추진단 관계자는 "영유아는 소아나 청소년보다 중증·사망 위험이 높고, 증상 발생부터 사망까지 기간이 매우 짧다"며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영유아는 중증·사망 위험이 더욱 높아 접종을 권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