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두루 퍼져 있지만 인류가 발명한 그 어떤 수단으로도 아직은 실체를 보지 못한 중력의 실체를 암흑물질(dark matter)이라 부른다. 그 희미한 힘의 흔적을 1937년 처음 감지해 이름을 부여한 이가 스위스 출신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Fritz Zwicky, 1898.2.14~1974.2.8)다.
그는 캘리포니아의 한 산등성이 천문대 전파망원경으로 3억 광년 너머 은하단을 관측하다 그 존재를 찾아냈다. 은하단 중심 중력(질량)이 회전 원심력으로 튀어나가려는 수천 개 은하들을 붙들고 있을 만큼 크지 않다는 수학적 계산. 그것들을 붙들고 있는, 보이지 않는 존재(중력)가 있어야 한다는 추정.
하지만 대다수 천문학자들은 이후 약 40년 동안 그의 가설을 귀신 목격담쯤으로 여겼다. 1970년대 미국 여성 천문학자 베라 루빈(1928~2016)이 암흑물질의 관측적 증거를 찾아낼 때까지. 타원형 우리 은하의 먼 변방을 도는 별들도,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중력이 약해지는 만큼 느리게 회전해야 한다는 ‘케플러 회전 법칙’과 달리, 중심부 별들과 별 차이 없이 빠르게 회전하더라는 사실. 주변부 별의 회전력(원심력)을 상쇄하려면 미지의 힘이 있어야 하고 그 힘의 실체를 설명해줄 유일한 해답이 암흑물질이라는 주장. 오늘날 과학자들은, 인류가 우주로 알던 원자로 구성된 우주는 전체의 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암흑물질(26.8%)과 암흑에너지로 채워져 있다는 가설을 정설로 받아들인다.
괴팍한 천재였다는 츠비키는 “천문학자들은 ‘고만고만한 개자식들(spherical bastards)'이다. 당신들이 무엇을 어떻게 보든 그들은 개자식들일 뿐”이란 독설로 유명하다. 속어 사전에 따르면 ‘spherical bastard’는 부분적으로 찌그러졌든 홈이 파였든 본질적으론 공처럼 둥근, 별 차별성 없는 개자식들이란 의미다. 그는 “우주가 무엇으로 구성돼 있는지 먼저 알지 않는 한 모든 이론화는 공허한 뇌 운동이고 시간낭비일 뿐”이라는 말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