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대형 주차빌딩 그랑 가라쥬 오스만(Grand Garage Haussmann)에서 공개한 한국 남성복 브랜드 '송지오'의 2023 가을·겨울(F/W) 컬렉션을 놓고 해외 유명 패션 매거진 WWD는 이렇게 평가했다. 송지오 회장 겸 디자이너의 펜화를 그러데이션 자수 기법으로 표현하는 등 디자인이 독창적이고 전부 핸드메이드로 만들어 기술력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1일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만난 송재우(28) 대표이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파리패션위크를 떠올리며 "티켓을 못 받아 스탠드석까지 사람이 몰리면서 현장 열기가 뜨거웠다"고 밝혔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송지오는 우영미, 준지와 함께 해외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3대 디자이너 브랜드로 꼽힌다. 파리패션위크는 올해로 17년째 나갔다. 송 디자이너의 아들인 송 대표는 스물셋이던 2018년 회사 경영을 맡았고 브랜드를 4개로 늘렸다. 디자이너 브랜드 '송지오'에 고가의 하이엔드 컨템퍼러리 남성복 브랜드 '송지오 옴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영 컨템퍼러리 아트 브랜드 '지제로', 캐주얼 패션부터 정장까지 다루는 디자이너 디퓨전 브랜드(보급형) '지오송지오'다. 송지오는 주요 백화점에 64개 매장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상반기에만 매출이 1년 전과 비교해 70% 이상 늘었고, 지난해 전체 매출은 900억 원을 넘었다.
송 대표는 "패션은 명곡처럼 잘 만든다고 10년, 20년 기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6개월만 지나도 유행이 바뀌기 때문에 한 브랜드가 30년 동안 유명세를 이어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코로나19 이후 국내 백화점이 명품과 해외 패션 비중을 늘리며 토종 브랜드들은 상대적으로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재택근무 확산으로 남성 정장 브랜드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어려운 시기를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눈에 띄는 성장의 비결은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였다. 특히 많은 브랜드가 기존 상품의 디자인·색상을 살짝만 바꿔 재판매하는 것과 달리 송지오는 매 시즌 브랜드 이미지를 계속 바꾸려 했다는 설명이다.
"2년 전 남성이 입는 드레이프 된 바지(치마바지)를 파리패션위크에서 선보였는데 지난해는 20여 개 브랜드가 바지 아이템을 들고 나왔다"는 그는 "새로운 패션을 예측하고 유행을 이끄려 노력하는 게 오래 살아남은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고급화 전략도 통했다. 코로나19 이후 아예 저렴하거나 비싸야 잘 팔리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화했다. 송 대표는 "송지오 브랜드에서만 얻을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내야하기 때문에 원단과 디자인 등이 고급스러워야 한다"며 "상품의 독창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는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경기침체로 내수 시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송 대표는 "경기 상황이 안 좋다 보니 30대 이상 직장인들은 오래 입을 수 있는 클래식한 디자인과 원단을 찾는 것 같다"며 "파격보다는 안전한 소비 경향이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송지오는 가격대를 낮춘 온라인 전용 상품을 개발하는 등 고객과의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아예 온라인 브랜드를 론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송 대표는 "타깃층을 나눠 여성복, 키즈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