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세앱... "시세보다 1억 비싸, 깡통빌라 떠안을라"

입력
2023.02.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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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의 몰락]
본보, 안심앱 정확도 검증해 보니
민간 시세·공시가 140%보다 높아

정부가 1일 안심전세앱을 통해 빌라 매매시세를 공개하기 시작했지만, 실제 시장 시세보다 훨씬 부풀려진 수치를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앱 시세만 믿고 전셋값을 매기면 오히려 깡통전세를 떠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앱 시세, 정확도 검증했더니

한국일보는 ①전세사기 핵심 고리인 '동시진행'이 이뤄진 신축 빌라 10여 곳을 추려 안심전세앱에서 매매 시세를 확인한 뒤 ②이를 공간 인공지능(AI)·빅데이터 전문기업 빅밸류가 매긴 시세와 비교했다.

빅밸류 시세는 건축물대장, 주변 실거래 정보, 공시가격, 대지권 등록정보 같은 여러 정보를 학습한 AI가 산출한다. 금융권이 빌라 가치를 따질 때 빅밸류 시세를 활용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정확도가 가장 높은 시세로 통한다.

③마지막으로 안심전세앱 시세와 개별 공시가격 간 차이를 비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전세보증서를 내주기 전 빌라 가치를 산정할 때 '공시가 140%' 공식을 사용한다. 일종의 정부 공인 빌라 가격인 셈인데, 이를 크게 웃돌면 그만큼 시세가 부풀려졌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2.5억 빌라, 안심전세앱에서 최대 3.5억

지난해 전세보증 사고 68건이 터진 서울 강서구 화곡동 A빌라 분양가는 3억4,900만 원(전용면적 26㎡·2021년 12월 입주). 전셋값 3억4,900만 원에 세입자를 들여 빌라 대금을 치른 뒤 집주인을 바꾸는 동시진행이 이뤄진 빌라다. 동시진행 단지는 거액의 보상금을 내걸기 때문에 애초 분양가가 크게 부풀려질 수밖에 없다.

A빌라 분양컨설팅업체는 세입자를 구해 온 대가로 7,300만 원의 보상금을 내걸었다. 빌라업자 관계자는 "A빌라의 실제 가치는 보상금을 뺀 2억7,000만 원 안팎"이라고 했다.

그런데 안심전세앱이 제공한 A빌라의 매매시세는 3억~3억5,300만 원으로 보상금이 포함된 분양가와 거의 차이가 없다. 빅밸류 시세(2억5,870만 원)와 공시가 140%(2억8,280만 원)도 크게 웃돈다. 본보가 조사한 신축 빌라 10여 곳에서 이런 현상(그래픽 참조)이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정부앱의 시세 정확도가 전반적으로 크게 떨어진다는 게 시장 평가다.

이는 소비자에게 상당한 혼란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유는 이렇다. 정부는 5월부터 HUG 전세보증서를 끊어줄 때 '전세가율 90%'를 기준으로 삼는다. A빌라를 적용하면 2억8,280만 원(공시가 140%)의 90%인 2억5,452만 원까지 전세보증 가입이 허용된다. 하지만 안심전세앱 시세(3억~3억5,300만 원) 기준으로 전세가율 90%를 맞추면 2억7,000만~3억1,770만 원이 돼 집값(빅밸류·공시가 140%)을 뛰어넘는다.

가령 집주인이 안심전세앱 시세를 내세워 최대인 3억1,000만 원의 전셋값을 요구해 세입자가 받아들이면 깡통전세를 떠안게 되는 셈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빌라 실거래가를 토대로 부동산원이 산정한 시세를 (안심전세앱에) 사용하고 있다"며 "지적 사항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정부앱의 한계를 지적한다. 빌라는 면적이 비슷해도 대지권 면적(토지 권리)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실거래가 차이가 벌어지는데, 정부앱은 이런 미세 부분까지 따질 만큼 정교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확도가 떨어지면 없느니만 못할 수 있다"며 "빌라가격 급락으로 공시가 140% 역시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정부가 앱의 시세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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