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이 열리는 애리조나주(州) 글렌데일 인근 피닉스에서 9일(현지시간) 이색 기자회견이 열렸다. 회견장에 나선 이는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 권리 옹호 단체 대표 론다 르발도. 그는 슈퍼볼에 오른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팀 명칭과 로고, 응원 방식 변경을 요구했다. 치프스는 2020년과 2021년에 이어 올해까지 최근 4년 중 3번이나 슈퍼볼에 오른 강팀이다.
르발도는 “그들이 의도적으로 우리 문화를 놀리는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렇게 받아들인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인디언) 상징물과 관련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그들을 비하하고 인종차별적인 고정관념을 영구화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12일 열리는 NFL 최대 축제 슈퍼볼을 앞두고 다시 한번 아메리카 원주민 인종차별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우선 ‘치프스(Chiefs)’라는 단어 자체가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 추장을 의미한다. 또 치프스팀 홈 구장 애로우헤드 경기장에서 경기 시작과 함께 이어지는 큰 북 때리기와 응원 구호도 아메리카 원주민 문화와 관련이 있다.
특히 ‘토마호크 찹스(Tomahawk chops)’라고 불리는 응원 모습은 팔을 쭉 뻗어 손바닥을 활짝 편 채 도끼로 무언가를 절단하는 듯한 모습이어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요구로 미국 프로팀 명칭이나 행태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20년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다. 흑인들의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거세지면서 미국 소수 인종인 아메리카 원주민을 비하하는 백인 문화 역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그 결과 메이저리그(MLB) 야구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2021년 인디언스 대신 가디언스로 이름을 바꿨다.
또 수도 워싱턴의 NFL 팀 워싱턴 레드스킨스도 지적이 잇따르자 1933년부터 쓰던 ‘레드스킨스(Redskins)’라는 이름을 2020년에 버렸고, 2022 시즌부터 워싱턴 커맨더스로 이름을 완전히 변경했다. 레드스킨스라는 단어 자체가 아메리카 원주민의 피부색을 비하하는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2013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까지 팀명 교체를 권고했지만 버티던 구단주는 스폰서들이 떠나가자 87년 만에 팀명을 바꿨다.
치프스팀도 2020년부터 치어리더들이 응원 구호를 외칠 때 도끼 모양을 연상시키지 않도록 손바닥을 펴지 않게 했고, 경기장에 입장하는 관중이 원주민들의 전쟁 상징인 페이스 페인트나 머리 장식을 못 하도록 금지시켰다.
하지만 아메리카 원주민이 모두 차별 문화 철폐에 적극적인 건 아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20년 약 1,000명의 아메리카 원주민 대상 설문조사에서 답변자의 49%만 토마호크 찹스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반면 35%는 ‘불쾌감이 없다’, 15%는 ‘무관심하다’고 답했다.
NYT는 “어떤 경우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부족민이 직면한 더 긴급한 문제보다 스포츠 구호와 마스코트에 너무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는 지적도 있었다)”며 아메리카 원주민의 범죄율과 빈곤 문제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