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안 온다" 알프스 뒤덮은 초록 선인장… '기후 변화' 탓

입력
2023.02.11 14:50
"부채선인장, 알프스에 눈 사라지면서 증식"
눈 귀해진 알프스 "1970년 이후 강설 일수 반토막"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어야 할 스위스 알프스 산비탈이 온통 초록 선인장으로 무성하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알프스 산맥에 위치한 스위스 발레주(州) 곳곳에서 부채선인장이 증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도인 시옹에서는 부채선인장이 낮은 초목 지표층의 23∼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채선인장은 발레주뿐 아니라 인접한 티치노주, 그리종(그라우뷘덴)주 등 다른 스위스 알프스 지역과 발레다오스타주, 롬바르디아주 발텔리나 등 이탈리아 알프스 지역에서도 눈에 띈다.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서 알프스 지역에서 눈이 점점 귀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알프스의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눈 덮인 표면이 줄어들고, 부채선인장의 서식 기간이 더 길어져 증식에 유리한 환경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역의 선인장 식생을 오랫동안 연구한 지리학자인 페터 올리버 바움가르트너는 "부채선인장은 아무런 문제 없이 영하 10도, 15도도 견디지만 건조한 곳을 좋아하고 눈 덮인 곳을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올겨울 알프스 스키장들이 눈이 없어 애를 먹을 정도로 산 저지대에는 눈이 점점 희귀해지고 있다. 스위스 기상청에 따르면 스위스의 해발 800m 미만의 강설 일수는 1970년 이후로 반 토막이 났다. 또한 최근 한 연구에서는 연중 눈이 알프스를 덮는 기간이 역대 평균보다 한 달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보고서는 이를 "지난 6세기간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바움가르트너는 "기후변화 보고서들을 보면 스위스의 (기온 상승) 곡선은 거의 북극만큼이나 가파르다"고 말했다.

부채선인장이 급속도로 증식하면서 기존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것도 문제다. 발레주 자연보호국의 얀 트리포네스 생물학자는 "발레는 스위스의 생물다양성 핫스폿 중 하나"라며 "이 선인장들이 있으면 다른 것들이 자라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권영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