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6월부터 국내에서 해외에 외화를 보낼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송금 한도가 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커진다.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증권사 9개는 은행처럼 외환업무가 가능해진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수수료가 싼 곳을 비교해 환전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10일 경제 규제 혁신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외환제도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앞서 외환시장 마감 시간을 오후 3시에서 새벽 2시까지 대폭 연장한 데 이어 이날 개편안을 통해 개인·기업의 외환 거래를 제약했던 규제를 대거 풀었다. '외화 유출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 아래 운용해온 기존의 낡은 외환 제도로는 2000년대 들어 급증한 개인·기업의 외환 거래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금융권에서 따로 증빙서류를 요구하지 않는 해외 송금 한도가 10만 달러로 두 배 상향된다. 1999년부터 5만 달러였던 한도를 경제 규모 확대를 반영해 늘렸다. 해외에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 현지 부동산 보증금을 보내려는 해외 기업 입사자 등 외환 거래를 이용하려는 국민은 불편을 덜 수 있게 됐다.
기업이 외화를 빌릴 때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에 신고하는 금액 기준은 연간 3,000만 달러 초과에서 5,000만 달러 초과로 높아진다. 해외 진출한 한국 기업이 현지 진출 목적으로 현지 금융권에서 빌린 돈에 대해선 별도로 규율하지 않는다.
또 외국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해외법인의 지분을 10% 이상 취득하는 해외 직접 투자의 경우 수시보고 제도를 폐지하고 매년 1번의 정기보고로 통합한다. 불필요한 신고를 줄여 기업의 경영 활동을 보장하려는 의도다.
금융당국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한 △미래에셋 △메리츠 △삼성 △신한투자 △키움 △하나투자 △한국투자 △NH투자 △KB 등 9개 증권사는 개인, 기업에게 환전 업무를 할 수 있다. 기존엔 미래에셋증권 등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이면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초대형 증권사 4곳만 기업 대상 환전 업무가 가능했다. 정부는 은행, 증권사 간 환전 수수료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외환 제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외국자본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국내 금융기관이 시장에 대한 주도권을 유지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