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60개 대형마트가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이후 11년 만에 둘째 주 일요일인 12일 일제히 문을 열었다. 이달부터 의무휴업일이 매달 2·4주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특별시와 광역시 중에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모두 전환한 곳은 대구가 처음이다.
이날 오전 9시 50분쯤 대구 북구 이마트 칠성점 입구엔 '매월 둘째·넷째 월요일 휴점합니다. 일요일은 정상영업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대기 중인 시민들은 오전 10시 개장과 동시에 일제히 매장 안으로 들어섰다. 김지선(42)씨는 "일요일에 장을 봐야 일주일 치 식단을 짜는 데 걱정이 없다"면서 "유아식품이나 특정 브랜드는 대형마트에서만 구할 수 있어 주말에도 마트를 자주 이용한다"며 일요일 개점을 환영했다. 마트 입점 상인들도 일요일 영업에 대체로 반색했다. 홈플러스 성서점 입점상인 최모(52)씨는 "일요일은 평일보다 매출이 많게는 50% 가까이 많다"며 "물류 납품 일정을 조정해 정상 영업에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대형마트에선 '일요일 정상 영업'을 사전 안내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일요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고객들의 발길만 이어졌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 내 8개 구·군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의 찬성에 따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변경됐다. 이날 대규모 점포 17곳, 준대규모 점포 43곳 등 모두 60곳의 대형마트가 영업하고 월요일인 13일 휴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쇼핑 비중이 커지면서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쉬더라도 전통시장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대구시 판단이다. 대구시는 유통업체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해 전통시장 활성화와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대형마트의 지역 기여 확대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시는 의무휴업일 변경으로 온라인쇼핑에 따른 역외 유출이 줄어들고 지역 유통업의 경쟁력도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준표 시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으로 유통업체 간 상생발전과 시민들의 쇼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구가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개혁하는 도시로 탈바꿈해 대기업 유치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발도 만만치 않다.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정의당 등은 마트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측은 지난 10일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의무휴업 평일변경 고시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및 취소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대구참여연대와 정의당대구시당도 지난달 30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와 제대로 된 협의를 하지 않고 직권을 남용했다며 홍준표 시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대규모 점포와 중소유통업 상생 발전을 위해 2012년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정은 자치단체장 판단에 따라 지정할 수 있다. 이날까지 의무휴업일에 평일을 포함시킨 지자체는 경기 안양시와 강원 강릉시, 경북 안동시 등 전국적으로 51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