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T가 1998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매출액 25조 원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KT의 역대급 매출 기록은 소액주주와 소통 문제로 빛이 바랬다.
KT는 지금까지 매 분기 실적 설명과 사업 전망 등을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콘퍼런스 콜'을 통해 진행했다. 콘퍼런스 콜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상대로 실적 관련 분석을 덧붙이고 질문에 답하는 행사다. 소액주주와 언론, 투자자도 온라인을 통해 지켜볼 수 있다. KT 주요 임원진의 목소리를 접할 기회가 부족한 소액주주들 입장에선 '내가 투자한 기업이 얼마나 잘하고 있나'를 확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다.
하지만 KT는 올해 콘퍼런스 콜을 하지 않았다. 그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KT가 대신 선택한 것은 '비공개 콥 데이(Corporation Day)'.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만 초대해 기업설명회를 열었다.
KT가 비공개 콥 데이로 콘퍼런스 콜을 대체한다는 얘기를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하지 않을까'와 '소액주주들은 어떻게 설명을 듣지'였다. 비공개 기업설명회에 소액주주의 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KT의 해명을 들어보자. "콘퍼런스 콜을 매년 했지만 의무는 아니다.", "콘퍼런스 콜도 어차피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에게 설명하는 자리다.", "일반 주주들은 공시자료, 보도자료, 애널리스트 분석 자료를 통해 충분히 들을 수 있다." 콘퍼런스 콜을 하지 않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반박도 내놨다.
설명을 들을수록 물음표가 늘어났다. 저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도대체 지금까지 콘퍼런스 콜을 왜 했단 말인가. 10일 종가 기준 3만3,500원인 KT 주주 가치는 겨우 이 정도란 뜻인가.
모든 의구심의 종착지는 결국 '구현모 대표'로 모아졌다. KT는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구 대표는 3월 주주총회에서 뽑힐 다음 KT 대표 단일 후보였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제동을 걸면서 후보 자리를 내놓고 재경선에 나서게 됐다.
회사 안팎으로 혼란한 시기에 결정된 KT 역사상 처음 있는 콘퍼런스 콜 패싱(passing). 그리고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회사의 해명들. 민감한 시기 돌발 변수를 하나라도 줄이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의구심이 떠나지 않는다.
물론 소액주주들은 3월 주총에 참여해 의견을 낼 수도 있고 정 답답하면 회사에 전화를 걸어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1년에 25조 원을 벌어들이는 KT가 충분히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공개 콘퍼런스 콜을 비공개 기업설명회로 갈음했다면 이건 좋은 기업의 자세가 아니다. 쌈짓돈 모아 KT 주식을 사고 콘퍼런스 콜을 각자 요약, 분석해 공유해 온 개미들의 절실함을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