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회계 부정’ 폭로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윤 의원에게 사기, 횡령, 배임 등 무려 8가지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법원은 일부 업무상 횡령을 제외한 나머지 혐의를 전부 무죄로 판단했다.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 그는 “무리한 기소”라며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문병찬)는 10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 및 기부금품법 위반, 사기, 업무상 횡령, 배임 등 8개 혐의로 기소된 윤 의원에게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전 상임이사 김모씨는 무죄를 받았다. 검찰이 2020년 9월 두 사람을 불구속 기소한 지 2년 5개월 만의 첫 판결이다.
윤 의원은 2011~2020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와 후신인 정의연 이사장을 지내면서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후원금 중 1억여 원을 식비, 교통비 등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부와 지자체를 속여 보조금 3억6,000여만 원을 타내고,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치매 증세를 이용해 9차례에 걸쳐 7,920만 원을 정의연 등에 기부ㆍ증여하게 만든 준(準)사기 혐의도 적용됐다. 또 2013년 피해자 거처 용도로 만든 ‘안성 쉼터’를 시세인 4억 원대보다 비싼 7억5,000만 원에 샀다는 업무상 배임 혐의 역시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시민들이 한 푼, 두 푼 모금한 자금을 쌈짓돈처럼 썼다”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준사기 혐의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크고 작은 돈을 기부해온 길 할머니가 자발적으로 쾌척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대협 산하 ‘전쟁과여성 인권박물관’에 학예사가 근무하는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문화체육관광부ㆍ서울시로부터 보조금 3억여 원을 수령했다는 의혹 또한 “부정한 방법으로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절차상 하자는 있을지언정 나랏돈을 빼먹을 목적의 고의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배임 혐의도 “(피고인들이) 나름 기준을 갖고 쉼터 후보지를 결정했다”면서 검찰 주장을 배척했다.
법원이 죄가 있다고 본 부분은 그가 후원금을 개인적으로 착복했다는, 업무상 횡령 혐의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 1억여 원 중 1,700만 원만 횡령액으로 인정했다. 정대협 법인계좌의 후원금을 개인 계좌로 송금한 것을 “계획적 송금”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윤 의원이 정대협과 정의연 등에 기부한 금액이 횡령액보다 많은 점도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윤 의원 측은 “2011년부터 정대협과 정의연에 기부한 돈이 1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벌금형 선고로 윤 의원은 의원직 상실 위기를 넘겼다. 현행법상 형사사건은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이상)이 확정됐을 때만 의원직을 잃는다. 그는 판결 직후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대부분 무죄로 밝혀졌다. 유죄로 인정된 1,700만 원도 횡령하지 않았다”며 항소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의연도 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먼지떨이식 수사’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부분은, 피고인 주장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균형을 잃은 것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 의사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