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발생 나흘째를 맞는 10일(현지시간) 튀르키예에선 시신 운송 차량들과 건물 잔해 앞에서 절규하는 생존자, 탈출 행렬이 뒤엉킨 참혹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튀르키예 교민 박희정씨는 10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응급차와 시신을 수송하는 차들이 탈출 행렬과 함께 오가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박씨는 한국 구조대가 활동하고 있는 안타키아에서 구호 활동을 돕고 있다.
각국에서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피해규모, 실종자 수에 비해선 태부족이다. 박씨는 “부모와 친척들이 살던 (무너진) 건물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며 “자포자기하는 분들도 많이 있고, 생존자 구조 소식에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건물 앞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너진 건물 앞에서 가족들이 구조되기를 기다리다 마음이 격해져서 여기 왜 빨리 구조차, 구호팀들이 안 오냐고 실랑이를 벌이다 흉기를 꺼내 든 사람도 있었다”며 “경찰이 이를 제지하기 위해 실탄을 두 발 쏴, 혼비백산 자리를 벗어나는 일도 겪었다”고 했다.
생존자와 이재민들은 체감온도가 영하 3도까지 떨어지는 추운 날씨에도 야외에서 겨우 모닥불로 추위를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진이 새벽에 발생했던 만큼, 외투도 채 갖춰 입지 못한 채 잠옷 차림으로 몸만 겨우 빠져나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씨는 “텐트도 부족하다. 조그맣게 모닥불을 놓고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아비규환 속 도난, 약탈도 벌어지고 있다. 그는 “낮에도 청년 5, 6명이 빈집을 털고 있고 물건을 털다 시비가 붙기도 한다”고 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이날 강진으로 인한 튀르키예 내 누적 사망자가 1만7,13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당국과 반군 측 민간구조대인 ‘하얀 헬멧’이 밝힌 사망자 수도 합계 3,162명으로 늘었다.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망자 수(1만8,500명)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