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장 증설이 우선... '예약제'는 독점과 노쇼 폐단"

입력
2023.02.13 17:00
[이슈 & 인물] 김광기 대구파크골프협회 회장
"대구 파크골프 2011년 클럽 10개서 올해 630개로 성장"
"예약제로는 친구 4명 한 조 만들기 힘들다"
"예약제 장단점 1,000명 설문조사 추진"
"대구에 36홀 이상 공인구장 많이 생겨야"


말로만 듣던 파크골프장을 처음 찾은 것은 지난 9일 오후 3시쯤이었다. 쌀쌀한 바람이 불던 대구 북구 강변파크골프장은 예상보다 강한 타격음과 어르신들의 운동 열기로 오히려 후끈했다. 국내 파크골프의 종주 지자체인 대구다웠다.

대구파크골프가 최근 이슈의 중심에 섰다. 대구시가 올 초부터 25개 구장 중 불로파크골프장에 '예약제'를 시범 도입했고, 환경단체는 금호강변 6개 파크골프장 신설 및 확장 계획에 반발하면서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강변파크골프장에 자리잡은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대구파크골프협회 김광기(81) 회장을 만났다.

-파크골프가 유독 대구에서 인기가 많다. 어떤 운동인가.

"지난 2011년에 10개 남짓이었던 대구의 회원 클럽이 630개에 이른다. 회원 1만8,600여 명에 동호인을 포함하면 4만 명이 파크골프에 푹 빠져있다. 열정적인 대구사람 기질을 보여주는 운동이다. 초창기에는 냄비로 홀컵을 대신하기도 했다. 30만~250만 원인 골프채와 공 하나씩만 있으면 되니까 비용 부담도 크지 않다. 협회 1년 회비가 4만 원이지만 회원 가입을 하지 않아도 골프를 즐기는데 문제가 없다. 파크골프는 3대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유산소, 근력운동을 하며 서로 대화도 나누다보니 삶의 질도 올라간다."

-강변파크골프장은 어떻게 운영되나.

"이곳에는 개인적으로 오는 동호인들이 많다. 티박스 옆에 공을 올려놓고 자신의 순서가 되면 운동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2, 3분이면 한 팀이 다음 홀로 이동한다. 주차난이 심하지만 운영하는 데는 큰 문제는 없다."

-대구시가 올해부터 불로파크골프장에 예약제를 시범 도입했다.

"예약제를 통해 특정인이 2주치를 일괄예약하면서 독점과 노쇼(No Show) 폐단이 나타나고 있다. 대다수 노인들은 컴퓨터와 모바일에 익숙치 않다. 전화예약도 잘 안 될 때가 많고, 현장접수도 가능하다지만 빈자리가 없을 수도 있는데 무작정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친구 4명이 한 팀으로 경기를 하려해도 일부가 예약에 서툴러 해당 시간대에 이름을 올려놓지 못하면 낭패다. 예약제가 없을 때는 하루 500~600명이 이용하던 파크골프장에 400명만 예약하는 식이다."

-클럽 회원들의 독점 이용과 텃세를 막기 위해 예약제를 도입했다. 그런데 오히려 예약제가 문제라는 말인가.

"대구가 파크골프의 중심 도시가 된 것은 클럽 활동이 있어서 가능했는데, 예약제는 클럽을 축소시키게 된다. 언젠가 예약제를 정식 도입하더라도 노인들이 쉽게 예약할 수 있도록 하고, 일괄예약에 따른 독점 방지책, 클럽 활동 권장책 등 개선책이 선행돼야 한다. 협회는 우선 파크골프 이용객을 대상으로 설문지 1,000장을 만들어 예약제에 대한 여론조사를 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구시에 개선책을 건의하겠다."

-예약제가 대안이 아니라면.

"예약제보다 파크골프장 증설이 최우선 과제다. 파크골프장이 많아지면 독점 문제는 자연히 해결된다. 대구는 전국 파크골프대회서 우승을 휩쓸고 있지만 정작 대규모 공인구장이 없다보니 전국대회를 치르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구 25개, 513홀 규모의 파크골프장 중 36홀은 2곳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공인구장이 아니다. 경남 김해에는 108홀 규모 공인구장도 있다. 경북 군위군이 올 하반기 대구에 편입되면 최소 72홀 규모로 파크골프단지를 조성해야 한다."

-대구시가 내년까지 금호강부지에 파크골프장(6곳 108홀)을 추가 조성키로 하자 환경단체가 반대하고 나섰다.

"파크골프장은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다. 낮 시간대만 운동하고 밤에는 사람이 없다. 농약을 치는 것도 아니고, 쓰레기를 버리지도 않는다. 강변 둔치에 대형 트럭이 밤낮으로 오가며 매연과 소음을 유발하는 주차장이 더 큰 문제다. 이런 곳에 파크골프장을 만드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노인층이 파크골프로 건강을 챙기면 사회적 비용도 줄어든다. 국가가 장려할 일이다."

-문 닫은 파크골프장도 있다고 하던데.

"환경부가 하천 친수지역을 관할하면서 파크골프장 허가가 까다로워졌다. 대구서도 낙동강 둔치 3곳 등 모두 4곳이 정식으로 허가받지 않고 운영하다 문을 닫았다. 인기가 별로였을 때는 노인들의 놀이터에 불과했는데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무허가 판정을 받아 운영이 중단된 것이다. 빠른 시일 안에 다시 문 열도록 해야 한다."

-파크골프를 위해 희망사항이 있나.

"오는 10월 열릴 전국체육대회 종목에 파크골프도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대구선수가 출전하면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국민 건강에도 도움이 될 파크골프 육성을 위해 중앙과 지방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골프장은 한계가 있는데 동호인 수가 급증하다보니 마찰도 종종 일어난다. 예산지원은 물론 제도적 장치도 보완해 주기 바란다."


●약력

△계성고, 영남대 약학 학사 △팔공환경연구소장 △대구시약사회장 △대한약사회 부회장 △대구파크골프협회 창립준비위원장·수석부회장·회장 △대한파크골프협회 감사



대담= 전준호 대구취재본부장
정리=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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