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필리핀에 ‘안보 무상지원’ 첫 적용키로... 중국 견제 협력 강화

입력
2023.02.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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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첫 방일
기시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일본 정부가 필리핀에 군용 물자나 기자재 등을 무상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만든 일본의 ‘우호국 군 무상지원’ 제도가 처음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중국을 겨냥한 안보 협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방일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9일 정상회담을 한 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문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마르코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각의 결정한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안보 3문서’를 개정하면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와 별도로 ‘군 등에 도움을 주는 새로운 협력 틀을 마련한다’고 명기한 바 있다. 우호국의 안보 능력 향상을 위해 사용처가 비군사 분야로 한정되는 ODA와는 달리, 이제부터는 방위 장비나 기자재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는데 필리핀이 이 제도의 첫 적용 대상국이 된 셈이다.

필리핀에 대한 일본의 구체적인 ‘안보 무상지원’ 내용 및 조건은 국회에서 2023년도 예산안이 통과된 후 결정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안보 무상지원 예산을 총 20억 엔(약 190억 원)으로 계상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또 다른 ‘선물’도 안겼다. 필리핀의 교통 인프라와 정보통신망 정비 등에 2024년 3월까지 정부개발원조(ODA)와 민간투자를 합쳐 6,000억엔의 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공동 발표문에 중국을 견제하는 의미를 담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을 담아 답례했다. 공동성명에는 중국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동·남중국해의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힘이나 위압 등 긴장을 높일 수 있는 행위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명기했다. 이에 앞서 보이스피싱과 ‘원격 강도’ 혐의를 받고 있는 일본인 용의자 4명에 대한 송환을 빠르게 시행하기도 했다.

동·남중국해에서 중국이 해양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일본은 필리핀과의 안보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양국은 작년 4월 도쿄에서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을 처음으로 열고, 자위대와 필리핀군의 공동 훈련 시 절차를 간소화하는 ‘원활화 협정(RAA)’과 ‘물품·역무 상호제공협정(ACSA)’을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일본과 원활화 협정을 체결한 국가는 호주와 영국뿐이다. 필리핀은 이달 초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방문했을 때 자국 내 군사 기지 네 곳에 대한 미국의 접근을 허용하는 등 미국과의 안보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마르코스 대통령의 대선 승리 때만 해도 서방 매체들은 그가 친중국 성향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취임 후 마르코스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실리를 찾는 외교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아닌 국가 중에선 미국을 첫 방문지로 택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달엔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도 열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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