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에게 강한 반대 의사를 내비쳤던 노조가 내정자를 만나 "직원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이후 노조는 반대 의사를 사실상 접기로 했다.
9일 박봉수 노조위원장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날 오전 임 내정자와의 면담 사실을 알렸다. 임 내정자가 전날 박 위원장에게 연락해 와 "직원을 대표하는 노조를 가장 먼저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박 위원장은 "민영화가 된 지 1년 만에 다시 외부인사가 최고경영자가 된 만큼 관치 인사, 내부 계파 갈등 등 조직의 혼란, 수년째 임금 동결 등 과거의 모습이 되풀이될까 걱정이 많았다"고 전했다.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임 내정자의 관치 우려, 인사철마다 되풀이되는 해묵은 한일·상업은행 출신들의 계파 갈등을 내정자가 해소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임 내정자에게 네 가지 기본 약속을 받아낸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노조는 임 내정자가 △직원 처우개선에 적극 협력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내부 체계를 구축하고 납득할 수 있는 비전 제시 △계열사 경영간섭과 줄 세우기 금지 △전문성, 공정성, 윤리성을 겸비한 사외이사 선임 등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그룹 최대주주인 직원을 대신해 내정자가 약속을 잘 이행하는지 견제·감독하겠다"며 말을 맺었다.
이밖에도 임 내정자는 "본인에 대한 직원들의 기우를 알고 있다"며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우리금융 직원으로서 융화되겠다"는 다짐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간부들과 일일이 인사하는 등 면담은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