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분야 중소기업의 70%가 무섭게 오르고 있는 산업용 전기요금에 뚜렷한 대책 없이 속수무책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kwh)당 9.5%(13.1원) 오를 것으로 예고된 상황에서 영세 중소기업들에 대한 에너지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9일 지난달 4~27일 309개 제조 중소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에너지비용 부담 현황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인상되는 산업용 전기료 인상을 어떻게 대응할지를 두고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69.9%로 가장 높았다. △냉·난방, 조명 등 비핵심 사용량 절감(30.7%) △고효율 설비 설치 또는 도입 계획 수립(7.1%) △중부하→경부하 등 조업 시간대 조정(4.9%) △제품 생산량 감축(2.6%) 등의 순으로 다른 응답에서도 설비 운영 시간을 조정하거나 절약하는 등 뚜렷한 대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대다수 기업들이 현재 전기 에너지를 '최소한의 수준'으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요금이 계속 오를 경우 줄일 수 있는 에너지 소비량 수준을 묻자 절반이 넘는 51.5%가 '반드시 필요한 수준이며 더 이상 절감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어쩔 수 없이 절감하겠지만 인상 폭만큼 절감할 수 없음'은 44.3%, '인상 폭만큼 절감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4.2%에 불과했다.
전기료 인상에 대해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이유는 '업종·공장 특성상 특별한 개선 방법 없음’이 59.3%로 가장 높았다. '(가격) 인상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대응에 어려움'(20.4%), '경영 여건상 신규 투자 여력 부재'(18.5%) 등의 순이었다. 열처리 작업이 많은 제조업 특성을 감안하면 전기를 많이 써야 하고 경영 여건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 겹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42.4%가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 추세 지속(과도한 속도)'을 꼽았다.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은 지원 정책은 중소기업 전용요금제 등 요금 개선(82.5%)을 꼽은 기업이 가장 많았다. 이어 △노후기기 → 고효율기기 교체 지원(27.2%) △태양광 등 에너지 보조설비 도입(14.2%) △분할납부 확대 등 납입부담 완화(11.7%) 등의 순이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매우 부담된다'는 응답은 50.2%, '다소 부담된다'는 44.7%로 부담이 된다는 응답이 94.9%에 달했다. '거의 부담되지 않음' 4.8%, '전혀 부담되지 않음'은 0.3%였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다음 주부터 받아볼 1분기 전기요금 인상분이 반영된 요금고지서가 제조업 경기 침체의 신호탄이 될 우려가 있다"며 "중소기업 전용전기요금제를 신설하고 분할납부를 도입하는 등 납입 부담 완화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