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통업계 양대 산맥인 롯데쇼핑과 신세계가 백화점 부문의 역대급 실적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눈에 띄게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일상 회복이 본격화하면서 패션 매출이 크게 늘고 백화점이 지역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3,9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89.9%가 상승했다. 매출은 15조4,7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0.6% 감소했다. 신세계는 전날 지난해 매출이 7조8,12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7%가 늘었다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24.7%가 늘어난 6,454억 원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5,000억 원을 처음 넘긴 2021년의 기록을 다시 깨며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양사의 실적은 백화점이 이끌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4,9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9%가 늘었고, 매출도 3조2,320억 원으로 11.9% 증가했다. 백화점 매출이 3조 원 이상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9년 3조1,310억 원을 넘긴 후 3년 만이다. 롯데백화점 측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은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2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였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0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8.5%가 증가했고 매출도 2조4,869억 원으로 16.4%가 늘었다. 최근 신세계백화점은 역대 최대 실적 달성으로 100억 원 상당을 들여 모든 직급에 400만 원의 특별 격려금을 줬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4월부터 일상 회복이 되면서 패션 매출이 크게 오른 것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대표적으로 출근과 모임을 위한 럭셔리웨어, 컨템포러리 매출은 전년 대비 각 30%, 25% 신장했으며 운동과 해외여행 등이 증가하며 에슬레저(요가복, 수영복) 상품군도 60%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은 패션 비중이 큰데 야외 활동이 많아지면서 마진율이 높은 패션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2021년 6월 골프관, 7월에는 기존 남성패션관을 '남성해외패션관'으로 탈바꿈한 뒤 1년 동안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국에 12개의 점포를 운영하며 점포별 실적이 중요한 신세계백화점은 2021년 8월 문을 연 대전 신세계의 한 해 실적이 온전히 반영된 첫해라는 점이 중요했다고 봤다. 대전 신세계는 지난해 매출 5,405억 원, 영업이익은 90억 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대전 신세계는 대전 아닌 곳에서 온 고객이 절반을 넘길 정도로 충청권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며 "일상은 회복됐지만 해외여행은 아직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백화점이 소비 욕구를 채우면서도 하루를 즐기는 공간으로 가치가 커져 이에 잘 대응한 덕"이라고 말했다.
한편 백화점들의 고실적은 '오픈런' 열풍까지 불었던 명품 브랜드 매출의 덕이라는 분석도 있다. 롯데백화점은 명품 매출이 전년 대비 25% 성장했다고 밝혔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명품 브랜드들이 여러 차례 가격을 올리면서 백화점 매출도 같이 뛰었다"며 "명품 브랜드를 많이 유치한 백화점 성장률의 절반 정도는 명품 성장이 차지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