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에서 소추위원을 맡는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9일 "제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 3당 단독으로 만든 소추안에 자신의 뜻을 보태거나 빼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김 위원장이 소극적 역할만 할 것을 우려해 야당이 참여하는 소추위원단 구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탄핵이 가능하다며 만든 증거 자료가 있고, 이 장관은 이에 대응해 반론을 제기할 것이고, 양자를 놓고 재판관들이 판단할 것"이라며 "그렇기에 소추위원이 '잘할 것'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건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여당 반대 속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인 민주당에 입증 책임을 넘기는 모양새다.
다만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이번 탄핵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하는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탄핵소추안에 반대하는 만큼 소추위원으로서 적극적 역할을 하기도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민주당이 김도읍이 소추위원이 되는 걸 모르고 밀어붙인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탄핵 절차 자체는 신속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 입장이다. 그가 탄핵소추안 가결 바로 다음 날인 이날 오전 정성희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에게 위임해 탄핵소추의결서 정본을 지체 없이 헌재에 접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위원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제출이 의무이고, 늦출 이유도 없다"며 "탄핵심판이 길어질수록 장관 공백기가 길어진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심판 절차는) 재판관 권한이지만, 집중심리 등 배려 속에서 신속하게 결정 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방침은 전날 국민의힘 법사위원 회의에서 가닥이 잡혔다고 한다. 회의에 참여했던 한 법사위원은 "민주당이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했으니 제출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근저에는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가동했던 소추위원단 구성을 통해 탄핵소추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위원단 구성 여부는 법사위원장의 재량에 달린 만큼 김 위원장 설득이 관건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총 9명의 의원으로 소추위원단이 구성됐는데, 새누리당에서는 권성동 당시 법사위원장 포함 3명이 참여했으며, 민주당 3명, 국민의당 2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됐다.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 때는 다른 의원이 참여하지 않은 채 민주당 소속 박주민 의원이 소추위원을 맡았다.
민주당은 관련 대응팀도 구성할 방침이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탄핵심판 진행에 따라 국회의 역할을 최대한 하기 위해, 일종의 '비공개 특수 대응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