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챗봇 틀린 응답에 실망... 하루 새 시총 126조 증발

입력
2023.02.0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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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인기에 바드 출시 속도 내며
정확성에 오류 노출... 주가 8% 급락
시장 "구글, 진퇴양난 빠졌다" 평가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주가가 8일(현지시간) 8% 가까이 무너져 내렸다.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00조 원 이상 증발했다.

주가 폭락 이유는 구글 인공지능(AI)인 바드(Bard)의 완성도가 기대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 심지어 홍보를 위해 구글이 직접 공개한 자료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챗GPT 돌풍에 놀란 구글이 바드 출시를 서두르지만, AI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등장한 챗GPT를 잡기엔 아직 무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구글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자체 행사를 열어 바드의 성능을 소개했다. 이 행사는 원래 AI 개발 상황 등 동향을 알리는 자리였으나, 구글이 맛보기 식으로 제공한 바드에 오히려 큰 관심이 집중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검색 엔진 빙(Bing)에 챗GPT의 AI 언어 모델을 결합했다고 발표한 직후였기 때문이다.

구글이 사전 제작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바드는 '전기차 구매의 장단점을 알려 달라'는 질문을 받자 '친환경적이며 유지 비용이 적게 들고 일부 지역에서 세제 혜택이 있다'는 등의 장점, '주행 거리가 제한적이고 초기 구매 비용이 많이 든다'는 등의 단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줬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산타크루스까지 가는 길에 들를 만한 곳을 알려 줘'란 요청엔 숲, 바다, 번화가 등 다양한 곳을 짚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알파벳 주가는 오히려 전날보다 7.68% 급락했다. 행사에서 공개된 바드의 성능이 기대치 높은 시장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응답의 정확성에도 명백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구글이 트위터에 올린 바드 홍보용 이미지를 보면 '9세 아이에게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새로운 발견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요청에 바드는 '태양계 외부 행성을 최초로 찍었다'고 답했는데, 이는 사실과 달랐다. 태양계 외부 행성을 최초로 촬영한 것은 2004년 칠레 파라날 천문대의 VTL이었던 것. 미 경제지 포천은 이날 증발된 알파벳의 시총에 빗대 바드의 실수를 "1,000억 달러(약 126조2,200억 원)짜리 오류"라고 평가했다.

구글 측은 바드의 대해 "엄격한 테스트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만큼 엄격한) 테스트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구글은 정식 출시 전까지 안팎의 검증을 통해 바드의 품질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테크업계에선 구글이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챗GPT가 세계적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면서 구글도 빨리 대항마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는데, 이런 요구에 맞추려다 보니 완성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구글의 초반 스텝이 꼬이면서 경쟁자인 MS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구글이 코너에 몰려 무리하게 속도를 내느라 문제가 생긴 것일 뿐, AI 경쟁력 자체는 챗GPT에 뒤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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