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3명대 100명'.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의 2022학년도 신입생 모집인원과 2022년에 자퇴 등으로 중도탈락한 학생의 숫자다. 카이스트에 신입생 100명이 입학할 때 약 13명(학년 구분 없음)이 학교를 그만둔 셈이다.
카이스트를 포함해 4개의 과학기술원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중도탈락자는 모두 1,006명으로 집계됐다. 상당수 중도탈락자는 의대를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기술원 학생은 등록금 면제 등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입학생 중 다수가 국가 재정 지원을 받는 과학고나 영재학교 출신이다. 과학기술 인재들의 '의대 이탈'로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인재 양성 체계가 흔들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종로학원이 카이스트, 울산과학기술원, 광주과학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이 공시한 중도탈락자를 집계한 결과 최근 5년간 카이스트 499명, 울산과학기술원 263명, 광주과학기술원 150명,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서 94명의 중도탈락자가 발생했다. 모두 1,006명으로 연평균 201명이 과학기술원에서 중도탈락한 것이다.
중도탈락자가 어느 대학 입시를 위해 학교를 그만뒀는지는 조사되지 않으나, 종로학원은 중도탈락자들이 의·약학계열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추정했다. 카이스트에서 서울대 공대로 가거나 다른 과학기술원에서 연세대·고려대 공대로 재입학하는 건 입시 점수상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원 학생들이 의대 입시에 유리한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종로학원은 ①과학고의 경우 조기졸업이 가능해 재수에 따른 시간 부담이 덜하고 ②수학과 과학 성적이 높아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와 영어 점수만 준비하면 되고 ③수학, 과학 실력이 뛰어나 수시 논술 전형에서 유리한 점 등을 꼽았다.
4개 과학기술원의 신입생 2명 중 1명은 과학고나 영재학교 출신이다. 2022년 공시에 따르면 4개 과학기술원 신입생 중 영재학교 출신 10.6%, 과학고 출신은 36.5%였다. 카이스트의 경우 2022년 신입생 중 과학고, 영재학교 출신이 69.8%에 달했다. 영재학교들은 '의대 진학 시 장학금 회수 서약서 작성', '의대 진학 시 추천서 미제공' 등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과학기술원 진학 후 의대 입시를 노리는 학생까지 걸러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당장 페널티를 감수하고 영재학교에서 의약계열로 진학한 학생도 8.5%에 달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021년 교육부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국 7개 영재학교 졸업생 2,097명 중 178명이 불이익 조치에도 불구하고 의약계열로 진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