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많은데”… ‘바가지’ 오명에 속 끓이는 제주관광

입력
2023.02.08 16:08
해외여행 재개로 내국인 관광객 감소
일부 언론 등서 “고비용·불친절 등으로
관광객 외면하고 있다” 지적 잇따라
제주관광업계 “부정적인 면만 부각
잘못 알려진 부분 많아 답답” 해명



“같은 값이면 제주 대신 해외에 가겠다”, “바가지에 불친절하다”, “내국인 관광객들이 제주에 등을 돌리고 있다”, “제주관광, 코로나 특수 끝났다”.

최근 제주관광에 대한 부정적이 여론이 잇따르면서 제주관광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제주 방문 내국인 관광객 감소세가 3개월째 이어진 원인이 ‘바가지 관광’ 때문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한달간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104만8,62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5만6,091명에 비해 9.3% 줄어들었다. 지난해 11월 –5.2%, 12월 –8.3% 등 3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대신 제주를 찾았던 내국인 관광객들이 지난해 해외관광 시장이 다시 열리자 일본과 동남아 등으로 너도나도 여행을 떠나는, 일종의 ‘보복관광’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해외관광 시장 재개 이전부터 예상했던 사항이었지만, 일부 언론 등을 중심으로 제주관광의 바가지, 고비용, 불친절 등의 문제들 때문에 내국인 관광객들이 제주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관광업계 관계자는 “내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음에도, 일부 언론 등이 제주관광의 일부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켜 보도하고 있다”며 “바가지 문제 등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잘못된 내용도 많이 있고, 일부의 문제를 제주관광의 전체적인 문제로 몰아가고 있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제주관광업계 측은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 수요가 제주로 몰리면서 지난해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지난해 1월 관광객 수와 올해 1월 관광객 수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다. 실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월 관광객 수 102만4,130명과 비교하면 지난 1월 관광객 수가 오히려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겨울철이 관광비수기인 만큼 계절적 요인 등도 영향을 미치는 등 다양한 원인으로 관광객 수가 줄어들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제주관광에 대한 ‘바가지 관광’이라는 오명에 대해서도 관광업계는 과장된 부분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10만 원이 훌쩍 넘는 ‘갈치조림’인 경우 갈치뿐만 아니라 함께 제공되는 각종 해물 등의 재료비가 비싸고, 여기에 가게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바가지 상혼’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만 코로나19 특수를 노린 제주지역 골프장들의 과도한 요금 인상과 일부 렌터카 업체들의 과다한 수리비 요구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주관광의 고비용 문제 역시 수요와 공급 상관관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다양한 관광상품을 획일적인 기준으로 볼 수 없다는 게 관광업계의 주장이다. 최근 개별여행이 대세를 이루면서 생태관광이나 걷기 여행, 등산 등 비용이 적게 소요되는 관광을 즐기는 관광객이 늘고 있는 반면 고급 호텔 등에서 즐기는 ‘호캉스’ 등과 같은 고가 관광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고가 관광상품을 기준으로 제주관광 전체를 평가하기 보다는 제주관광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도내 호텔업계 관계자는 “제주관광상품의 해외관광상품 보다 비싸다는 지적도 적절치 않다”며 “제주와 일본 오키나와를 대상으로 4인 가족의 4박5일 5성급 호텔과 항공권 비용을 분석한 결과 오키나와가 2배 이상 비싼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제주지역 5성급 호텔과 복합리조트 등에서는 무료 조식 제공이나 워터파트 무료 이용, 렌터카 할인 혜택 등 다양한 이벤트들이 많기 때문에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도 관계자는 “내국인 관광객 감소세에 대응하기 위해 워케이션 등 최근 여행 트렌드에 맞춘 타깃별 유인책을 마련하고, 단체 모객 인센티브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도내 관광업계와 함께 관광객 유치활동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며 “또한 바가지 요금 등 관광부조리 근절과 공정관광질서 확립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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