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성과급을 통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50억 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남욱 변호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는 유죄가 인정됐다. 검찰이 대장동 수사와 관련된 첫 번째 선고에서 완패하면서, 향후 다른 수사와 재판에서도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준철)는 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곽 전 의원에게 벌금 800만 원과 추징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뇌물과 알선수재 혐의는 무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유죄다. 뇌물 공여자로 기소된 김만배씨에게는 무죄가, 정치자금 공여자로 지목된 남 변호사에게는 벌금 400만 원이 선고됐다.
곽 전 의원은 2015년부터 6년간 화천대유에서 일하다 퇴사한 아들 병채씨를 통해 김씨로부터 50억 원(세금 공제 후 25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병채씨가 퇴직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받은 50억 원을 하나은행의 성남의뜰 컨소시엄 잔류를 알선해준 대가로 판단하고 곽 전 의원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50억 원의 성격에 대해 "알선과 관련이 있다거나 그 대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액수는 사회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지만, 이를 컨소시엄 잔류 알선 대가로 인정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성남의뜰 컨소시엄 유지를 위해 (김씨가) 도움을 요청했다거나, (곽 전 의원이) 요청에 따라 실제로 하나금융지주 임직원 등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씨가 곽 전 의원에게 50억 원을 줘야 한다고 (남욱 변호사 등에게) 했던 발언도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곽 전 의원이 독립적 생계인인 아들에 부양의무가 없고, 성과급 중 일부라도 곽 전 의원을 위해 사용됐다고 볼 사정도 없어, 성과급을 곽 전 의원이 직접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곽 전 의원이 2016년 3월 남 변호사에게 법률상담 대가 명목으로 받은 5,000만 원에 대해선 불법 정치자금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신분이던 곽 전 의원에게 선거자금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곽 전 의원과 남 변호사는 명목을 변호사 비용으로 했을 뿐, 정치활동 자금으로 수수 및 기부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특수부 검사 출신인 곽 전 의원은 선고 직후 "뇌물은 당연히 무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검찰 수사만 5번을 받았다. 정치 보복도 정도껏 해야 하지 않겠나. 더는 날조해서 사람 괴롭히는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검찰에 날을 세웠다.
검찰은 "객관적 증거 등에 의해 확인된 사실관계에 비춰 무죄 판단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판결문을 상세히 분석한 후 적극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