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교민이 “추위와 배고픔에 식료품과 방한용품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현지 구조 상황에 대해서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건물 잔해 속에 깔려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응급차나 중장비는커녕 사람들이 인기척을 확인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튀르키예 하타이주 거주 교민 박희정씨는 8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안디옥에서 4시간 거리 지인 집으로 간신히 피신했지만, 또 지진이 닥칠 경우 바로 밖에 나갈 수 있도록 외출복 차림으로 잠을 자고 현관에 꼭 필요한 물건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나 길에서 지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현지에서 본 구조 상황은 절망적이다. 도로가 막혀 구조대가 접근하기 어려운 데다 사람들이 건물 잔해 속에 갇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려워, 중장비 대신 일일이 손으로 잔해를 헤쳐가며 실종자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중장비와 응급차는 들어오지도 못하는 것 같다”면서 “사람들이 다니면서 혹시 인기척이 나는지 사람을 불러보기도 하고, 애타게 소리 지르면서 찾기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가 끊긴 데다 영하 6도까지 떨어진 날씨, 부족한 식료품은 생존자들도 위협하고 있다. 박씨는 “노약자들이나 아이들은 춥고 배고픔에 취약하다. 식료품과 방한용품이 지원되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박씨는 지진 발생 당시 상황에 대해 “너무 공포스러웠고 아비규환이었다”고 떠올렸다. 6일 새벽,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큰 흔들림을 느낀 박씨 가족은 처음에는 책상 밑에 숨었지만 가구가 쓰러지자 탈출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전기가 모두 끊긴 암흑 속에서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겨우 집 밖으로 나갔지만 대부분 건물이 무너져 몸을 피할 곳이 없었다.
도로 한편 건물이 무너지자 “반대편으로 가라”고 소리치며 울부짖는 목소리가 거리에 가득했으며, 당시 2, 3도로 쌀쌀했던 날씨에도 불구하고 옷도 챙기지 못해 잠옷 바람으로 나온 사람들은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아야 했다. 온 도시가 폐허가 됐기 때문에 도움을 청할 곳도 없었다. 박씨는 하루를 꼬박 굶은 뒤 4시간 떨어진 매신 지인 집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고 했다.
튀르키예 출신 방송인 알파고 시나씨도 이 방송 인터뷰에서 현지 지원을 요청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건물 밑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걸 수 없는 상황인데, 탈출한 사람들도 추운 날씨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고 성토했다. 또 “구조대도 오지 않아 사람들이 자기 목숨을 구하려고 주변에 있는 마트들을 약탈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시나씨는 지진 피해가 커진 원인이 대해 “대규모 지진이 예견됐지만, 빠른 경제성장에 내진설계를 갖춘 건물이 별로 없었다”면서 “한국에 1990년대 초기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있었는데, 튀르키예는 삼풍백화점이 하나가 아니고 1만 개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튀르키예와 시리아 당국을 인용해 이번 지진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7,800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에서는 최소 5,800명이 사망하고 3만4,000명 이상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시리아에서도 약 2,000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