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상수지가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며 수입증가율이 수출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8일 한국은행은 2022년 경상수지가 298억3,000만 달러 흑자를 냈다고 잠정치를 발표했다. 한은 전망치인 250억 달러는 웃돌았으나, 전년도(852억3,000만 달러)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또한 2011년(166억4,000만 달러 흑자) 이후 최저치다.
상품수지 흑자가 606억7,000만 달러 축소된 여파가 컸다. 수입은 전년 대비 17.7%(+1,016억6,000만 달러) 증가했지만, 수출증가율은 6.3%(+409억9,000만 달러)에 그친 결과다. 다만 수출과 수입 증가액은 각각 역대 1위였다. 수출의 경우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석유제품, 승용차 등 주요 품목이 성장을 떠받쳤다. 수입은 가격이 급등한 원자재를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서비스수지(-55억5,000만 달러)는 적자폭이 확대됐다. 상반기 중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수출화물운임 덕에 운송수지가 역대 최대폭 불어났으나,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며 여행수지 적자가 9억 달러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나마 선전한 건 임금·이자·배당 등의 흐름을 나타내는 본원소득수지였다.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흑자 규모가 역대 최대인 전년 대비 34억4,000만 달러 늘었다.
배당소득은 지난해 12월 경상수지(26억8,000만 달러)도 끌어올렸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수입이 17억 달러 증가하면서 경상수지가 한 달 만에 흑자 전환하는 데 기여했다.
12월 상품수지는 1996년 이후 26년 만에 처음 3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수입액이 2년 만에 처음 줄었으나, 반도체, 철강 등 주요 품목의 부진으로 수출 감소액이 더 컸다. 하반기 들어 수출화물운임이 하락하면서 서비스수지 적자폭은 전월의 2배 가까이 늘었다.
한은은 그러나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영환 경제통계국 부국장은 "높은 수준의 에너지 가격, 성장세 둔화, 정보통신(IT) 경기 둔화 등 어려운 경기 대비 지난해 경상수지가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상품수출이 역대 최대폭 증가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또 "경상수지 흑자폭 축소는 일본, 독일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수출강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향후 전망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에너지 수입 흐름, 주요국 경기, IT 업황 등에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부국장은 경제·지정학적 분절화를 고려해 "안정적 흑자 기조를 유지하려면 수출 지역 및 품목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