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은 어쩌려고?"… 격랑 속 국민의힘 ‘원팀 딜레마’

입력
2023.02.08 09:10
대통령실 전당대회 개입 논란 속 
① 비전 대신 파국 노출... 비호감 어쩌나
② 내년 총선, 그래서 수도권 승부는?
③ '공천 공정성 누가 믿어주겠나' 우려

"그래서 내년 총선은?"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개입 논란 속에 출렁이는 가운데 당내 시선이 연신 귀결되는 것은 이번 사태가 내년 4월 총선에 끼칠 영향이다. 중진 의원들조차 "이런 전대는 처음 본다"는 한탄이 나올 정도의 국면이 결국 총선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쏟아지는 탓이다. "총선은 결국 윤 대통령 얼굴로 치르는 것"인 만큼 '원팀'이 중요하다는 '윤심 후보론'도 만만치 않다. 어떤 행보와 선택이 결국 '윤석열 정부 성공'을 지탱할지 등에 대한 계산이 분주하다.

① 비전 대신 파국 노출... 비호감 어쩌나

가장 커진 우려는 '비호감' 이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대담에서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이러면 안 된다고 (누군가) 말씀을 드려야 한다"며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에서 질 것 같고, 대통령 지지도가 더 빠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가 "파국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왔다면서 △전대 불복이 없고 △'윤심팔이'가 없고 △'반윤몰이'가 없는 3무(無) 선거를 제안했다.

당권에 도전한 천하람 후보는 7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당원들에게는 (당대표가) 대통령과 불협화음을 내지 않겠냐는 불안감과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은 망한다는 두 가지 불안감이 공존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보면 "두 번째 불안(총선 패배)이 크다는 게 데이터로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구에 가서 3일간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나 40년 당원이라는 분들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 '내가 저놈들 저런 꼴 보려고 대통령을 뽑았는지 아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천 후보는 7일 YTN 라디오 '뉴스 정면승부'에서도 "아무리 사탕발림을 해도 국민들 보기에 동떨어져 있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으로 비춰서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신뢰를 낮추고 비호감도만 높인다면 그런 게 해당 행위"라며 "당의 중요한 자산들을 다 쫓아내는 행태는 큰 문제"라고 했다.

앞서 윤희숙 전 의원은 지난달 4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 인터뷰에서 "전당대회는 생각의 잔치로, 잔치는 잔치다워야 하는데 지금 나타나는 모습은 그 기대와 멀다"며 "생각과 비전을 국민들에게 과시해야 하는데 지금 느낌이 민망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② 그래서 수도권 승부는?

'수도권 승부'에 대한 전망도 주요 논쟁점이다.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에 있는 분들이 지금 얼마나 강한 발언을 하고 (남을) 반윤, 비윤으로 몰고 있냐"며 "만약 그 사람들이 나가서 창당하고 후보를 내면 수도권이 전멸"이라고 단언했다. 또 "지금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 안철수에게 다 반윤 딱지를 붙였는데, 결국 이게 당에 무슨 도움이 되고 총선 승리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반문했다.

하 의원도 앞선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수도권에서 항상 간발의 차로 몇백 표, 몇천 표 차로 왔다 갔다 하는데 한 표라도 더 모아야 되는 상황이 되면 그때는 이준석, 나경원, 유승민의 도움도 필요할 것"이라며 "당원들이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가장 걱정하는 건 내년 총선 승리고, 총선 승리는 결국 수도권인데 이대로 가는 게 맞냐"고 물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2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수도권도 중요한데 오히려 부산·울산·경남에서 총선을 생각할 때 김기현이냐 안철수냐, 결국 누가 조금이라도 당의 지지율을 더 끌어올 수 있고 윤 대통령에게 힘이 될 수 있냐"에 대한 당원 고민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인식한 듯 안철수 후보는 '수도권 경쟁력'을 앞세우며 내년 총선 압승 각오를 강조하고 있지만, '반윤 공세' 속에 당권 도전을 포기했던 나경원 전 의원이 김기현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서 '수도권 표 계산'에도 변수가 생겼다.



③ '공천 공정성 누가 믿어주겠나'

노골화한 대통령실의 의중 탓에 '공천 공정성'이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도 문제다. 이준석 전 대표는 7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최근 전당대회 개입 논란에 대해 "저는 대통령께서 선거를 치르면서 빚을 진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이 공천도 못 받으면 어떻게 될지 상상을 해봐야 한다"며 대통령실이 '친윤 공천'을 위해 공천권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에서는 계속 (대통령) 지휘하, 책임하에 총선을 치르고 싶다고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보들의 과열된 '윤심 경쟁'이나 '윤심 눈치보기'가 고스란히 노출돼 누가 당대표가 되든 신뢰를 얻기가 만만치 않게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천 후보는 이를 두고 앞선 '박재홍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권력자보다는 국민과 유권자 눈치를 보는 정당으로 가자는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7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두 후보 모두를 향해 "당대표는 자기 소신이 분명해야 한다"며 "당당하게 자기 생각 자기 소신으로 당대표 선거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앞서 김 후보를 공개 지지한 홍 시장은 "안 후보는 당에 더 안착해야 한다"며 지금 당권에 도전하는 것이 "과욕"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여러 정치평론가들 말이 '내년 총선은 당대표 얼굴로 치러야 한다'고 하지만 이건 조금 맞는 이야기여도 크게는 틀린 이야기"라며 "우리 당은 윤 대통령의 얼굴, 윤 대통령의 성과로 내년 총선을 치를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야당이 내년 총선의 성격을 뭐라고 규정하겠냐"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대표가 되려는 분들은 총선 필승을 위한 비전과 방법론을 갖고 당원들의 선택을 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