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교생, 박사와 심층 독서토론한다...조희연의 교육실험

입력
2023.02.07 18:02
독서토론 이끌 박사 199명 모집
전문가단이 100권 추천도서 선정
조희연 "2028논술형 수능시대 대비"

올해부터 서울 지역 고등학생들은 박사학위를 가진 연구자와 직접 심층 독서토론을 벌일 기회를 갖는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형 심층 쟁점 독서·토론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분야·쟁점별 추천 도서를 선택해 동아리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읽고 쓰고 토론을 하려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교육청이 섭외한 박사 연구자를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독후감을 쓰거나 암기된 지식을 확인하는 방식의 독서토론 수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공교육을 통해 비판적·창의적 사고를 기르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2028년부터 논·서술형 수능 시대가 열리는데, 여기에 대비하는 서울교육청 나름의 대책"이라고 말했다.

교사 2명 이상과 학생들로 구성된 팀이 신청할 수 있다. 팀이 학교 특성과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운영계획을 짜서, 독서토론의 '리더'로 원하는 박사 연구자를 골라 서울시교육청에 신청하는 방식이다. 수업은 올해 4~12월 진행된다. 서울시교육청은 박사 연구자가 최소 2회 이상, 회당 2시간 이상 참여하도록 운영계획을 짤 것을 권장했다.

독서토론을 이끌 '리더단'으로 박사학위 수료 이상의 연구자 199명이 모집된 상태다. 다수가 대학에서 강의한 경험이 있지만, 고등학생 대상 교육에 대한 연수를 별도로 실시 중이다. 독서토론용 추천도서선정위원회 공동 단장인 송주명 한신대 교수는 "(리더단에 참여한 박사가) 대학에서 토론수업을 하려고 하는데 학생들이 전혀 얘기를 안 한다고 말하더라. 토론하고 생각을 기르는 교육이 더 이른 시기부터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독서토론과 관련해 고등학교 1곳당 약 550만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데, 학교는 이 예산 안에서 인건비를 지급하게 된다.

교사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추천도서선정위원회에서 추린 100권의 도서가 독서토론 대상이다. '프랑켄슈타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논어', '군주론',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등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책이 다루고 있는 토론 쟁점까지 정리해서 학교에 배포할 예정이다. 송 교수를 비롯해 김명환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과학철학자인 천현득 서울대 철학과 교수, 강양구 TBS 기자 등이 위원회에 참여했다.

한편 조 교육감은 '해직교사 특채' 관련 재판과는 무관하게 서울에서 교육 실험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조 교육감은 "학력 저하에 대해 책임감 있는 정책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비판에 대한 나름의 보완적 노력"이라며 독서토론 등 새 정책을 마련한 계기를 설명했다. 조 교육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등 해직교사 5명을 부당하게 특별채용한 혐의로 지난달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교육감직을 잃는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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